[맛기행] ‘토정’
무더운 날씨와 지루한 장마로 입맛을 잃고 허약해지기 쉬운 7월. 몸 보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계절. 삼계탕도 좋고 육개장도 좋다지만 역시 보신탕만한 게 없다.
정말로 제대로 된(?) 보신탕을 먹고 싶으면 이곳을 찾아보자. 광주에서 나주 쪽으로 가다보면 남평 오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봉황면사무소 가는 방면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면 도로 오른쪽에 ‘토정’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넓은 자갈밭 한쪽에 100년된 월계수나무가 떡하니 서 있어 찾기가 여간 쉽다.
‘타다닥~ 타닥~’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뭉게뭉게 오르는 희뿌연 연기. 전형적인 고향마을을 생각나게 하는 정경들이다.
10여년 동안 계속해 온 전통답게 입소문이 나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데 굳이 복날이 아니더라도 하루 평균 3∼4마리는 잡아야 한다. 초복이었던 지난 11일에는 마당까지 꽉 들어선 손님들로 17마리가 희생(?)됐다.
개고기는 다른 고기들과는 달리 미리 삶아서 냉장 보관을 해버리면 맛이 버린다고 해 매일 그 날 쓸 양을 즉석해서 요리한다. 그래서인지 미식가들은 도시를 벗어나 일부러 이 곳까지 찾아온다.
이 곳 ‘토정 보신탕’의 음식은 신금순씨(66)가 인천 계양산 밑에서 50년 동안 보신탕만을 전문으로 끓여온 고모할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은 덕에 그 맛을 인정받고 있다.
보신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전날부터 주인 최영경씨(42)와 어머니 신씨가 바쁜 손을 놀려야 한다. 전날밤 개를 잡는 작업을 한 후 다음날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4시간 동안 푹 삶아낸다. 그냥 삶는 것 같지만 여기에도 두 번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 처음 2시간은 육수를 넣고 삶아내고 나머지 2시간은 뼈와 함께 찌는 작업을 한다.
‘토정 보신탕’이 일반 보신탕집과 다른 점 중에 하나는 가스불을 쓰지않고 반드시 장작불에 고기를 삶는다는 것. 그래서 삶는 시간도 두 배 이상 걸린다.
‘토정표 보신탕’ 만드는 법은 이렇다.
먼저 커다란 솥에 10시간이 넘게 곤 육수를 넣고 여기에 뼈를 깐다. 기초 손질을 한 고기와 신씨가 집에서 직접 메주를 쑤어 담근 집된장, 양파, 고추씨기름 등 기본양념을 넣는다.
여기에 비린내를 제거해 주고 소독에 효과적인 밀가루도 한 스푼. 추가로 개 기름기를 제거해주는 비밀 양념을 두 가지 더 넣고 푹 삶아준다. 외부로 유출시킬 수 없다는 비밀의 이 추가양념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혈흔을 완전히 제거해 준다.
이렇게 해서 팔팔 끓이면 맛있는 보신탕이 완성. 그야말로 옛 전통방식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수육’은 연하고 보드라운 육질이 고소한 맛으로 그대로 살아나고, ‘탕’은 얼큰하면서도 담백한 맛에 입에 넣는 순간 넘치는 힘을 주체못할 정도라 한다. 수육 역시 아무 부위나 사용하지 않고 뱃살과 갈비살, 목살 등을 따로 분리한다.
이들 주 메뉴와 함께 상위에 올려지는 반찬은 달랑 5가지뿐. 묵은김치와 깍두기, 들깨가루, 풋고추와 된장. 그렇지만 어느 손님하나 불평 한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 입맛에 꼭 맞는 보신탕과 수육만 있으면 다른 밑반찬은 필요가 없다는 뜻일게다.
보양탕 한그릇에 6천원. 수육은 大 3만원, 中 2만원이다. 탕과 수육을 같이 먹을 수 있는 토정정식은 1인분에 1만원이다.
글/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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