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남도에 맛 기행

울림산장 닭찜

화이트보스 2009. 2. 4. 13:13

[전라도 맛기행] 울림산장 닭찜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봄날, 몸이 나른해지고 입맛도 자꾸 떨어진다.

도시생활에 무기력해져만가는 현대인들에 원기 회복과 기분 전환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광주에서 차를 타고 30분만 소요하면 찾아갈 수 있는 곳, 광주호 상류 가사문학관 뒤편에 널찍하게 자리한 ‘울림산장’.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96년 이 곳에 터를 닦았다는 박성현(60)·김광자씨(56) 부부는 손님을 사위를 맞는 장인·장모같은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노후년생활도 정리할 겸 음식하기를 좋아해 공기좋고 물좋은 ‘선비촌’ 담양에 식당을 차리게 됐다”는 안주인 김씨.

한자 풀이로 숲이 울창한 곳이라는 뜻의 ‘울림산장’은 산 속 정원에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또다른 뜻으로 풀이, 주인이 직접 지은 이름인데 이름만큼이나 손님들이 많이 모인다.

식당안으로 들어서면 기본인 청결은 물론이고 한쪽 벽에는 탁 트인 광주시내 전경사진이 걸려있어 시원한 기분부터 들게 한다.

그뿐인가. 인공 냄새만 풍기는 현대생활에 전원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꾸며놓은 이곳에는 뒤꼍을 에워싼 울창한 숲과 쭉쭉뻗은 대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가족모임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넓은 자갈마당에 평상, 고 박동실·김소이 명창이 제자들에게 소리를 가르쳤다는 정자 등이 나들이객의 흥을 돋운다. 이 정자는 6년전 허물어져 있던 것을 박씨 부부가 복원해 보존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본 음식이 나오기 전 안주인이 직접 개발에 만든 강정류를 곁안주로 제공한다. 일명 ‘스끼다시’.

씨를 발라낸 속에 땅콩을 넣은 대추강정과 후추를 넣어 독특한 맛이 나도록 한 깨강정, 도라지·호박강정 등 5∼6가지가 나오는데 이들 모두 안주인이 직접 개발에 만든 음식들이다.

이중 특히 호박강정은 늙은 호박을 엄지손가락 크기 만큼 잘라 쪄낸 후 일일이 손으로 펴 이틀동안 말린 후 다시 물에 데치는 등 자그마치 10여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귀한 음식이다.

6년 전에 이곳 담양으로 내려와 산장을 지은 후 참붕어찜을 전문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나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는 안주인의 ‘손님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

박씨가 이번에 선보이고 싶은 음식은 ‘닭찜’.

흔해 보이는 음식이지만 박씨의 ‘닭찜’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식당 뒷마당 대밭에서 직접 기르는 토종닭을 손수 잡아 즉석해서 기막힌 맛의 닭찜을 내놓는다.

대나무의 정기를 받아 야생으로 키워서인지 기름기가 없고 쫀득쫀득하다. 그렇다고 고기가 질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물.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안주인은 갖가지 야채를 많이 넣는다. 올초부터 유행하는 채식 열풍에 한 몫 하고 있는 셈.

박씨의 닭찜에 들어가는 야채는 시금치를 비롯, 피망, 양파, 고추, 파, 당근, 감자 등. 여기에 당면과 은행열매까지 넣으면 ‘금상첨화’다.

영양과 맛, 정성이 어느 음식에도 뒤질게 없다. 약간 매운듯 달콤하면서도 손님들의 입맛을 끄는 ‘운림산장표’ 닭찜.

보기만 해도 푸짐한 닭찜은 입맛이 없을때 찾아와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닭찜과 함께 단골 손님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김장김치. 매년 김장철이면 400∼500포기의 김장을 담아 땅속 깊이 묻어 두는데, 식탁 위에 올라오는 김치는 3년 동안 땅속에 보관해 두던 묵은김치다. 묵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별미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이번엔 디저트 시간. 안주인이 정성스레 달여온 질경이차가 준비돼 있다. 질경이의 어린잎과 뿌리를 손수 채취해 와 잘 씻은 뒤 3∼4일 그늘에 말리고 대추와 감초 등을 넣어 잘 끓인다. 설탕을 넣지 않아 달지는 않지만 떫떠름한 맛이 없어 어린이들이 먹기에도 무리가 없다.

닭찜 1마리(3∼4인 기준)의 가격은 3만원(문의, 061-383-0779)


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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