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맛기행] (5)소미헌 ‘꽃게장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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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설명이 없이는 이해 하기가 어려운 이름이 음식보다 먼저 눈길을 끄는 ‘소미헌(笑味軒)’.
광주 치평동 운천저수지를 지나 구 상무대 정문 쪽으로 들어서면 흰색 옷을 입은 현대적인 느낌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소미헌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인근 음식업계를 평정한 꽃게요리 전문점이다.
그 비결은 바로 ‘꽃게장 정식’ 때문. ‘장’이라는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전통’을 포기한 대신 깔끔한 인테리어와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주인 정현주씨(39)가 개발한 ‘소미헌’만의 ‘꽃게장’으로 손님몰이를 하고 있다.
주재료인 꽃게는 완도부터 군산까지 서해안을 따라가며 수매한다. 수협을 통해서만 꽃게를 구입하기 때문에 신선함은 물론, 양질의 꽃게를 자신한다.
소미헌은 암꽃게 만을 사용한다. 산란직전인 4~6월과 동면직전인 10~12월에 잡힌 알과 살이 꽉 찬 암꽃게를 대량으로 수매해 얼음물에 담궈 기절을 시킨 다음 대형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꽃게를 내어 다시 얼음물에서 해동을 해 매일 꽃게장을 담그는 것이다.
최고의 암꽃게를 사용하는 것 외에 정씨가 꽃게장을 자신하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간장소스다. 조선간장 대신 양조간장을 사용해 짠맛을 줄이고 달콤한 맛을 가미했을 뿐 아니라 감초, 당귀, 정향 등 한약재를 비롯, 마늘, 생강, 까나리 액젓, 잘게 간 갈치와 꽃게 껍질 등을 넣어 뒤끝 없는 장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간장소스를 걸쭉하게 달여 식힌 뒤 꽃게를 담근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면 꽃게를 꺼낸 뒤 우려난 국물을 다시 달여 꽃게를 담그는 작업을 4번 반복한 후 보름정도 삭히면 먹기좋게 된다.
이 밖에 끝까지 비밀에 부쳐둔 7~8가지의 한약재가 소스에 들어가 꽃게의 비린 맛을 말끔하게 제거해 주는 것은 물론, 항균·항취 작용까지 한다는 게 주인 정씨의 설명이다.
간장소스에서 건져진 꽃게는 살이 부스러지지 않고 입안 가득 씹힐 수 있도록 정씨가 특별히 고안해 낸 가위질로 잘려진다. 그리고 파, 고추 등을 넣어 다시 양념한 간장소스가 끼얹어 진 채 상에 올려진다.
붉은 알과 탱탱한 꽃게 살, 화려한 색상의 양념이 어우려진 ‘꽃게장’은 시각, 후각, 미각을 모두 만족시킨다.
생굴, 홍어회, 명태전, 영양갱 등 15가지 정도의 푸짐한 음식에 곁들여져 나오기 때문에 간단히 반주 한잔 걸치기에도 그만이다.
작은 돌솥에 막 지어 올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게 껍질에 담아 양념 간장소스에 비벼 입 안에 한 숟갈 떠넣으면 그 맛은 어떤 산해진미도 안 부럽다.
쫄깃하고 고소하면서도 비린 맛은 전혀 없는 게살은 입안 구석구석을 즐겁게 주다가 칼칼한 뒷맛을 남기고 목으로 넘어간다.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접시를 원망하며 아쉽게 수저는 놓는 일이 이 집에서는 다반사다.
꽃게장의 간장소스에 담가뒀다 무쳐주는 새콤달콤한 꽃게무침도 입맛을 돋우는 요리. 여럿이 가면 꽃게장과 섞어 주문해 먹어보는 것도 좋다.
단골 손님이 돼 생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 미리 연락을 하면 주인 정씨가 케이크와 샴페인을 서비스 해 준다. 주차장이 매우 넓어 편리하며, 연중무휴로 영업한다.
꽃게장 정식 1인분에 1만 2천원, 꽃게무침 한 접시에 2만원.(문의, 371-1188)
글/홍선희 기자 sunny@kjtimes.co.kr
사진/기경범 기자 kgb@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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