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일본

기업 구조조정 은행에만 맡겨둬선 큰일 낸다

화이트보스 2009. 2. 5. 19:39

기업 구조조정 은행에만 맡겨둬선 큰일 낸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정부 주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여당 일부에서는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범정부 차원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시장이 정상이라면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이 비정상이다. 이 상황에서 시장의 힘에만 맡기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위기를 키우고, 제때 수술했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수술 기회를 놓쳐 죽게 만드는 일까지 벌어진다. 채권은행단이 지난달 20일 내놓은 1차 구조조정 결과는 시장 자율의 한계를 보여준다.

은행단은 111개 건설·조선회사 중 2개사를 퇴출 대상으로, 14개사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했다. 건설·조선산업 불황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었다. 옥석(玉石)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도 실패했다.

더욱이 은행들은 퇴출 대상인 D등급 기업과 워크아웃 대상 C등급 기업은 물론, 일시적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정상 기업으로 판정한 B등급 기업에까지 신규 자금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이 가장 좋은 극히 일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선 대출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도 떠넘기다시피 억지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은행들이 자기네 판정 결과가 엉터리라는 사실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몸을 사리는 것은 퇴출이나 워크아웃 기업을 늘리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에 따른 손실이 늘어나면 은행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부실기업 처리를 미루면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고, 결국 정상 기업까지 버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앞으로도 건설·조선업종의 2차 구조조정과 자동차·해운·반도체 등 다른 업종의 구조조정이 남아 있다. 채권은행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채권단 자율에 맡겨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구조조정의 큰 밑그림을 제시하고 최소한 구체적 기준과 원칙은 세워줘야 한다. 개점휴업 상태인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채권단 간 이견(異見)을 강제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 손실을 정부가 떠안아주는 방안도 함께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