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보유 주장… “현대海戰의 필수 전력”
해군력은 곧 국력… 日·中 군비증강 주목해야
이젠 항공모함·핵추진 잠수함도 고려할 때
지난 25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진수됐다. 미국·일본·스페인·노르웨이 등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다. 7000t급 이상의 본격적인 이지스함을 보유한 나라로 치면 미·일에 이어 세 번째다.
세종대왕함은 일본의 최신예 이지스함보다 많은 미사일을 갖는 등 강력한 화력(火力)과 첨단 성능이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해군 출신 군사 전략가로 일찌감치 이지스함 보유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대양해군 건설론(論)의 선구자로 알려진 강영오(姜永五·72·예비역 해군준장) 전 해군교육사령관을 26일 만나 이지스함 보유의 의미와 우리 해군력 건설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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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5월 26일 강영오 전 해군교육사령관이 이지스함 진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 정경열 기자
“이지스함은 현대 해군의 전투함정 중 최첨단 시스템을 갖고 있는 전투함이다. 미국의 경우 항공모함 강습단(强襲團), 원정 강습단, 수상 전투단 등은 이지스함이 빠지면 함대 자체의 공격력을 발휘할 수 없다. 앞으로 이지스 체계를 갖지 않는 해군함정은 좀 과장해서 얘기하면 존재 가치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지스함 보유 등 대양해군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92년 ‘통일한국의 해군전략론’이라는 책에서 이지스함이 통일 한국의 대표적인 수상(水上) 전투함이 돼야 하며 항공모함 호위용, 해상교통로 보호 호위세력용으로도 이지스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 뒤 90년대 중반 이후 대양해군 건설론이 부각됐고 이지스함 건조도 결정됐다.”
―이지스함과 종전 함정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보다 멀리서, 보다 많은 목표물을 발견해 추적할 수 있고 동시에 보다 많은 항공기나 대함(對艦) 미사일을 공격하거나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지스함은 종전 함정에 비해 훨씬 많은 20여 대의 항공기를 동시에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다.”
- ▲ ▲ 한국형 이지스함인 7600t급 세종대왕함이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지난 25일 진수된 모습.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건조비용이 한 척당 1조원이라면 보통 액수가 아니다.
“이지스함은 광범위한 지역에 대해 방공망을 구축하고,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육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할 수도 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 비춰 이런 점들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건조에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비용문제가 따르지만 우리 국력을 감안할 때 4~6척 정도를 보유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지난 25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세종대왕함 진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보통 정치적인 목적을 갖기 때문에 이지스함 확보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해선 이지스함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이나 비(非)핵탄두 미사일을 쐈을 경우 이지스함을 동·서해에 배치해 놓으면 즉각 탐지, 추적해 요격할 수 있을 것이다. 미사일 방어능력을 대폭 강화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해군이 항공모함도 보유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도 최소한 4만t급 핵추진 항모 3척은 확보해야 한다. 이 항모는 대(對)잠수함기와 조기경보기를 포함해 30~40대의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다. (이 항모를 호위하기 위해) 이지스함은 6척 정도, 5000t급 구축함(KDX-Ⅱ)은 16척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 우리 해군은 3000t급 재래식 잠수함 건조계획을 추진 중이다. 육지를 향해 미사일을 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래식 잠수함으로 그런 공격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일단 미사일이 발사되면 잠수함의 위치가 노출되기 때문에 발사 후 빨리 장소를 옮겨야 하는데 재래식 잠수함의 속력으로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우리에게 맞는 최소형의 핵잠수함을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안보에 있어 왜 해군력이 중요한 것인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일본에 당한 것도 일본의 해양시위에 의한 것이다. 해군력은 국제적인 정치력이다. 이것을 갖고 있지 못하면 (자원의 보고이자 전략물자 수송로인) 해양을 지킬 수 없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 북한에의 대응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군력을 키우고 해군전략을 세우는가가 매우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다.”
―일본이 지난 3월 최신예 이지스함을 실전배치했는데 일본의 움직임은 어떤가.
“일본은 바다에서의 전쟁을 중심으로 해군력을 증강해 왔다. 유명한 8·8함대(호위구축함 8척과 이 함정에 실을 수 있는 헬기 8대를 묶어서 함대를 편성한 것)와 4개 호위함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을 이미 5척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3척을 추가해 총 8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만3500?급 헬기 모함(母艦)도 건조 중이다. 여기에 9000?급 수송함을 추가해 유사시에 상륙작전을 하려 한다.”
―중국도 잇따라 신형 대형 구축함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중국은 한·일 해군이 놀랄 정도로 질적(質的) 도약을 이룩하고 있다. 우선 4만8000t급 중형 항모를 확보할 예정이고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8000t급 ‘소브레메니’급 구축함 4척을 갖고 있다. 6000~7000t급 구축함 6척도 자체 건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의 구축함들은 낡았지만 신형 구축함을 추가함으로써 중국은 동북아에서 명실공히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바다로부터의 공격에 맞서는 전쟁에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함대를 발전시키고 있다.”
―주변국의 군사력 증강 추세와 통일 이후를 감안한다면 우리는 어느 수준의 해군력을 가져야 하나.
“우리 해군력 건설에 대해선 크게 대양(大洋)해군파와 균형(均衡)해군파로 갈린다. 대양해군파는 우리가 대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대형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양해군은 소형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구축함, 잠수함, 상륙함, 지원함 등이 대양에서 한 달간 작전이 가능한 함대를 의미한다. 반면 나는 균형해군론자에 속한다. 대양 전투단과 연안(沿岸) 전투단, 이 2가지를 함께 발전시켜 협동작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적으로는 대양해군을 추진하면서 양적으로는 연안해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력(戰力)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강영오 前사령관은
대표적인 해군 출신 전략가이자 이론가이다. 25일 진수한 이지스함을 비롯, 1만4000t급 대형상륙함(독도함), 5000t급 한국형 구축함(KDX-Ⅱ) 등을 건조함으로써 한국 해군이 대양해군으로 발전하는 데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했다. 미 해군대학과 대학원에서 해군발전에 관한 이론연구를 했고, ‘해양전략론’ 등 저서 8권을 저술했다. 해사 13기 출신으로 구축함 함장과 해군 6전단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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