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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보스 2009. 2. 23. 09:57

업체간 추첨번호 일치 담합 의혹 제기 ‘파장’
“공사개요·평가기준 앞뒤 안맞아”
실적확인·전산처리 실수 ‘의문투성’
     입력시간 : 2009. 02.23. 00:00


<속보>전남 구례군이 ‘산수유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시공업체 선정 최종작업인 가격개찰을 마치고도 당락업체 발표를 유보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입찰공고 개시부터 개찰까지 석연찮은 대목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공사규모보다 낮은 ‘실적제한·평가기준’과 함께 입찰 참여업체가 제출한 ‘실적증명서 확인과정’, 이해하기 힘든 ‘전산처리 실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 확인결과, 로또복권 당첨 확률만큼이나 어려운 업체간 추첨번호 일치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되면서 ‘업체간 입찰 담합’ 의혹까지 증폭되고 있다.

◇평가기준이 공사규모보다 낮다?=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잇고 있는 ‘구례 산수유 테마파크 조성사업’ 시공업체 선정과정은 입찰 공고내용부터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공고내용을 살펴보면 공사개요는 ‘연면적 1천435㎡의 유리온실 식물원 건립’과 ‘주변 조경공사 1식’ 등이며, 이에 대한 자격조건으로 일반 건설업체 가운데 건축·조경공사업이 가능한 업체를 요구했다.
군은 또 추가 조건으로 위 두가지 공사업이 등록된 업체 중에서도 ‘문화 및 집회시설(동·식물원)식물관람 전시온실(유리온실) 준공실적’이 있는 업체로까지 제한했다.
이처럼 구례군은 입찰참여에 까다로운 입찰 제한조건을 둔 반면, 평가기준과 유리온실 준공 실적제한은 ‘연면적 1천㎡이상’으로 공사규모보다 낮춰 공고했다.
이는 통상적인 제한 입찰공사의 경우, 공사개요보다 웃도는 준공실적이나 같은 수준의 실적을 요구하는 것과 다소 상반되고 있는 대목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구례군의 입찰조건인 건축·조경공사업을 동시에 등록·영업 중인 업체는 상당히 큰 규모의 업체”라며 “그러나 발주청이 공사개요보다 낮은 준공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에선 거의 보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조건 ‘판단은 내맘’ =구례군이 이번 개찰결과를 유보하게 된 까닭은 업체들이 제출한 ‘준공실적 증명서 확인과정’에 있다. 이번 입찰에는 당초 5개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4개 업체만 투찰했다. 왜일까.
투찰을 포기한 A업체 관계자는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찰 당일 구례군측으로부터 유리온실 준공실적은 인정이 되지만 ‘식물전시 유리온실’ 준공실적이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제출한 실적이 나비 전시시설이었고 급하게 서류를 보완할 수 없어 투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구례군에서 입찰 참여 ‘적정’으로 심사한 업체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구례군은 실적 증명확인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개찰 하루 전날인 지난 18일 오후 2시까지 관련 서류 제출을 마감했지만, 당초 개찰일시보다 3시간이상 넘긴 19일 오후 6시까지 실적증명서 확인 작업을 벌였다. 불과 5개 업체의 실적 증명서 확인시간치곤 필요이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더욱이 구례군은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부적정 판정을 내린 B업체를 ‘적정’업체로 전산에 잘못 입력, 결국 해당업체가 1순위로 선정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져 개찰결과 발표를 유보하게 됐다.

◇“‘확인’을 안눌렀다” 의도된 실수? =구례군 관계자는 개찰 직후 “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며 “전산처리과정에서 일부 내용 수정이후, 확인을 누르지 않고 다음 전산작업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부적정 업체가 순위에 포함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파장이후, 업계 일각에서는 “구례군의 전산처리 오입력은 원치 않은 결과를 염두해 재입찰을 위한 ‘의도된 실수’가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개찰과정이 수십억원의 공사업체를 결정하는 긴장된 순간이지만, 마우스 클릭이외 별 다른 전산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한 일선 시·군 관련업무 관계자는 “최근 예산 조기집행으로 하루에도 수십건씩 개찰을 할 때가 있지만 실수할 정도의 복잡한 전산작업은 없다”며 “다만 조달청 ‘나라장터시스템’은 한 번 입력하면 수정이 안되고, 오입력이후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그 어떤 업무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다른 업계 관계자는 “누구를 위한 실수가 아니었다면 해당 공무원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마우스 몇번 왔다갔다 하는 작업에 무슨 실수가 있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로또보다 힘든 추첨번호 일치 =구례군의 관련 자료 미공개로 인해 지역 한 전문건설업체의 도움으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의 낙찰정보를 확인한 결과, 눈에 띄는 점이 발견됐다.
투찰에 참여한 4개 업체 중 3개 업체의 추첨번호가 ‘12’, ‘15’로 일치한 것.
그러나 이 가운데 한 업체는 실적 확인과정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B업체이고 수열도 ‘15’, ‘12’로 앞뒤가 바뀌었다.
이를 뺀 C업체와 D업체 등 두 업체는 수열과 번호가 정확히 일치했다.
이에 대해 계약업무 공무원은 “간혹 추첨번호가 같은 경우도 있긴해도 수열까지 일치하는 것은 거의 로또복권 당첨 확률만큼이나 희박하다”며 “다분히 의심의 여지는 있지만 이를 밝힐 수 있는 방법은 검찰 수사뿐”이라고 말했다.

구례/강재순 기자 k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