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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빌린 中企, 환율 폭등에 ‘비명’

화이트보스 2009. 2. 23. 20:26

엔화 빌린 中企, 환율 폭등에 ‘비명

ㆍ100엔당 1600원 돌파… 1년사이 70% 올라

ㆍ대출 금리도 2배 육박… 원금·이자 '눈덩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41)는 지난해 3월 공장 증설을 하면서 엔화로 3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당시 환율은 100엔당 950원이었지만 지금은 1600원으로 폭등했다. 원·엔 환율이 70% 가까이 오른 것이다.

김씨는 "당시 빌린 돈은 3억원이지만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5억1000만원을 대출받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폭등하면서 엔화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인 엔화 대출은 그동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됐지만 환율이 상승하면서 '부메랑'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엔화는 달러화에 강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의 상승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1600.56원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보다 1.15원 상승한 것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1600원을 넘어선 것은 고시환율 집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에 비해 17.50원 하락한 1489.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달러보다 오른 탓에 원·엔 환율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올들어 엔화 가치는 달러에 비해 2.9% 상승한 반면 원화는 달러 대비 15.4% 가치가 하락했다.

엔·원 환율은 2007년 말까지만 해도 100엔당 835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1396원으로 올라선 뒤 2개월도 안돼 1600원선을 넘어섰다. 엔화 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었다. 2007년 말 연 3.32%에서 2008년 말 현재 연 6.06%로 1년 새 2배가량으로 올랐다.

엔화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만큼 안정적인 통화로 인식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 이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경기부양 과정에서 미국의 재정 적자 확대가 현실화하면서 엔화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07년 말 달러당 113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이날 현재 93.0원(-17.6%)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기침체가 불가피해 엔화 가치의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외국에 투자된 일본 자금이 본국에 환수될 경우 공급 부족으로 엔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악화되면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상승세는 조만간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며 "결국 원화 가치의 향배가 원·엔 환율에서도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창민기자 riski@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