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나이로비에서 북동쪽으로 370㎞ 지점. 마사빗(Marsabit)지역의 코어 마을(Korr town)은 케냐의 사막지역 가운데서도 물 부족현상이 가장 극심한 곳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렌딜레(Rendille) 부족민 3만여명이 흩어져 사는 '불모의 땅'의 연평균 강수량은 100㎜에도 미치지 못한다.
4륜구동 지프차로 꼬박 열대여섯 시간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는 길. 12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모습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과정의 생생한 증거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모래와 자갈뿐이었다. 메마른 날씨 탓에 어떤 작물도 기를 수 없는 주민들은 두어 달에 한번씩 정부에서 배급하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손과 나뭇가지로 땅을 박박 파서 만든 우물이지만 인간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달게 느껴진다. 코어 타운에는 정부에서 판 우물이 하나 있지만 물값을 낼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몇년째 이어지는 가뭄은 부족 간 다툼으로 이어져 지난 1월에는 10여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2월 18일 까마득한 옛적부터 물 구하기 전쟁을 벌여온 코어 마을 주민들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6만L의 물을 담을 수 있는 대형 물탱크 공사가 마무리돼 감격의 통수식(通水式)이 열린 것이다.
- ▲ 갈증을 씻어내는 한 모금의 생명수. 케냐 코어 마을의 한 어린이가 맑고 차가운 지하수를 들이마시고 있다.
코어 마을에서 3년째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최인호(39) 기아봉사단원이 물을 찾기 위한 노력과 좌절의 과정을 담담히 설명했다.
"두개의 구멍을 뚫었지만 물이 조금 비치더니 이내 말라버렸습니다. 물에 대한, 삶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깊었습니다. 멈출 순 없었어요. 2007년 말 세번째 시도 끝에 드디어 물을 찾았습니다. 흘러내리는 물을 저장할 탱크가 바로 저겁니다."
- ▲ 물이다! 난생 처음 보는 힘찬 물줄기에 놀라 엉덩방아를 찧는 코어 마을 어린이. / 채성진 기자
"지하수 취수장과 물탱크를 연결하는 파이프를 묻는 작업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여섯 살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마을 사람들 전부가 개미떼처럼 달라붙어 변변한 도구도 없이 돌투성이 땅을 파냈습니다. 저기 보이는 게 바로 이들이 이어낸 생명선(生命線)이죠."
오후 4시30분. 파이프 끝 수도꼭지를 젖히자 굵은 물줄기가 콸콸 쏟아졌다. 지하 50m에서 솟아오른 맑고 차가운 물이다. 먼저 물을 받기 위해 달려들었던 아이들이 폭포수처럼 땅바닥을 때리는 힘찬 물줄기의 기세에 놀라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마지 멩기(magi mengi·물이 엄청 많아요)." 열네살 소년 르티림비 시리데(Sirithe)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빈 깡통에 물을 가득 담아 아이들에게 일일이 먹여주던 선생님의 얼굴에도 기쁨이 넘쳐 흘렀다. "쿠뉴아(kunywa·마시자). 쿠뉴아." 목마름을 해결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는 로렌스 레티포(Letipo) 교장의 뺨에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물 때문에 일어났던 모든 비극은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부족 사이의 전쟁, 마을 사람들 사이의 반목도…. 멀리서 온 기아대책의 친구들, 정말 고맙습니다. 이름 모를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할까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 ▲ 기아대책의 이지인 봉사단원과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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