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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평가

화이트보스 2009. 3. 2. 12:20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기대와 긴장에서 교착으로, 그리고 다시 경색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사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북한은 이례적으로 한나라당 및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삼가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경협 지속․확대에 대한 기대를 간접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이명박 당선인 진영 역시 ‘비핵·개방?’ 구상을 이야기하면서도 5대 경협 프로젝트를 강조하는 등 나름대로의 경협 구상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과연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의 합의대로 남북경협을 지속․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현 정부 역시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긴장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2008년 3월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발언을 계기로 북한은 남한의 현 정부에게서는 더 이상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대북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경협사무소 직원의 철수를 시작으로 대남 강경책을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현 정부 역시 비핵과 개방이라는 전제 조건에 중점을 두었고 북한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6󈸟� 선언과 10𔅬� 선언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에 돌입하였다. 최근에는 북한 군부의 강경 발언과 그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경색국면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경색국면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모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지난 10년 동안 진행되어 온 ‘원칙 부족’, ‘감상적 접근’, ‘퍼주기’, ‘경제성 무시’ 등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10년 우리의 대북정책은 원칙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미사일 발사에는 인도적 지원조차 중단하였으면서 정작 더욱 심각한 문제인 핵실험 이후에는 오히려 경제협력을 지속하였다. 정부를 포함하여 대북 지원단체들의 감상적 접근도 바람직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10년의 대북정책은 우리가 먼저 지원을 하면 북한이 따라서 변화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와 감상적 접근에 기초한 측면이 다분히 존재한다. 지원단체들도 원칙과 효과, 전문성을 감안하기보다는 지원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무 물품이나 확보 되는대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 결과 대북 지원단체의 전문성을 높이지도 못했고 북한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해명이나 홍보에도 불구하고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의 대북정책이 그만큼 퍼주기 측면이 강한 것이라는 국민의 인식이 광범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일의 사례 및 우리의 경제력 등과 비교해서 정부는 실제 ‘퍼 준’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명하여 왔으나, 정작 문제는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식의 문제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즉 ‘퍼 준’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내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는 문제인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협사업이 경제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 없이 진행되었다. 예컨대 봉동-문산 화물열차의 경우 봉동에는 역이 없는 상태인데도 합의되었고, 실어 나를 물자가 없는 데도 합의된 것이어서 결국 대부분 빈 열차로 운행되었다. 방문인원 수에 상관없이 당시 환율로 1조 1,300억원을 지불하기로 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었으며,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없었더라면 개성공단 건설사업 역시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안변에 조선단지 건설을 합의한 것도 문제이며, 이미 우리 기업인들에 의해 경제성이 없음이 확인된 남포 조선단지를 합의한 것도 정상회담의 성과 부풀리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경색은 북한의 자세를 바로잡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요구만 하면 거의 이루어졌으므로 지원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태도를 강화해 왔다. 따라서 이번의 경색국면을 계기로 이와 같은 관행이 고쳐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한다. 우선 남북당국 차원의 대화가 완전 중단된 실정이다. 물론 대화 자체가 중단된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대화 중단으로 인해 경협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의 진전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들 문제는 인도적 차원의 문제인 데다가 현 정부 역시 최우선적인 해결을 약속한 문제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안이함’ 혹은 ‘무성의’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대두될 우려가 존재한다. 더욱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이산가족 면회소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으며, 사용이 계속 중단되는 경우 겨울철을 맞아 동파의 위험 등 불필요한 보수 및 유지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등에 의해 ‘촛불시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을 위한 경색인가의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색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목표가 존재하고 있어 전략적, 사전적으로 경색을 유도한 것이 아니라 남북의 입장 차이로 인해 경색이 단순히 사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즉 경색국면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고 어떤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색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 있어야 할 거이나, 현재의 경색은 이러한 전략적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 임기 5년 내내 경색국면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므로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 정책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우려가 있다. 현 정부 임기 동안 경색국면을 지속한다는 것은 앞서 지적한 긍정적 효과를 그만큼 강화하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반드시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러나 분단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내 정치적으로도 지속될 수 없는 정책대안이다. 또한 초대 통일부 장관은 정권의 임기 초이므로 경색을 참아낼 수 있었겠지만, 둘째 셋째 장관으로 갈수록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장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경색을 계속할 것이라면 차라리 본래 계획처럼 통일부를 해체하지 무엇하러 존치시켰느냐는 비판도 제기될 것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의 경색국면은 긍정적 측면 및 부정적 측면 모두가 존재하나,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북한은 체제 특성상 우리보다 오래 경색을 참을 수 있으므로 시간은 남한보다는 북한의 편에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경색국면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향후 조치에 대한 면밀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만약 북한의 특별한 변화 요인 없이 우리 내부적, 혹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등 국제정치질서 요인으로 인해 우리의 대북정책 방향이 바뀌는 경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원칙이 없는 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다. 또한 그러한 경우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 대한 지원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으므로 ‘더 큰 퍼주기’, ‘원칙 없는 퍼주기’라고 이전 정부에 비해 오히려 더 큰 비판을 받을 것이며, 진보 진영은 물론 보수 진영에서조차 현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