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프리카 차드 동부의 브래드징에 들어선 수단 난민촌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피난 여성이 쿠눈고 난민촌에서 비를 막기 위해 천을 몸에 두르고 있다(작은 사진). 이들 난민은 2003년 수단 다르푸르에서 발생한 분쟁 때문에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계속되면서 부족해진 물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 대규모 유혈 분쟁으로 번져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20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중앙포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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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나이지리아·차드 등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국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기아로 1000만 명가량이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떠났다. 필리핀은 삼림 벌채로 홍수 피해가 끊이지 않으며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이동한 난민이 400만 명을 웃돈다.
지구촌에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노먼 마이어스 옥스퍼드대 환경생태학 교수는 “최근 10년간 250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상황이 더욱 악화돼 2050년까지 기후 난민이 지금까지의 6배 수준인 1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외국 땅 사서 국민 이동”=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나 피할 곳이 없는 섬나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급기야 외국에 땅을 사 국민을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은 최근 국제사회에 “우리 국민 모두가 이주할 수 있는 땅을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10만 명을 웃도는 국민은 인근 뉴질랜드로의 이민을 희망하고 있다. 인도양의 관광 대국 몰디브도 해외 이주용 땅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하메드 나시드 몰디브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어 다른 지역에 땅을 매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국민 40만여 명의 이주 비용은 관광 수입으로 조성된 국부펀드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주 후보지로 기후와 문화·식생활 등이 몰디브와 비슷한 인도·스리랑카 등을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지구 온난화로 피해를 볼 경우 국제사회가 손실을 보전하는 ‘국제 보험제도’를 신설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빨라지는 기후 변화=IPCC는 2007년 보고서에서 2100년까지 해수면이 25~5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몰디브 등 섬나라들이 수몰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최악의 경우 해수면 상승이 2100년 2m에 이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에선 2000여 개 섬이 바다에 잠길 위험이 있다.
과학자들은 “현재 속도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2035년 자카르타 공항이 물에 잠기고, 2080년에는 바다로부터 10㎞ 떨어진 대통령 궁도 침수된다”고 내다봤다.
호주 기후학자 그래미 피어먼은 “2100년에는 지구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고, 남극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1억 명이 갈 곳을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후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란 뜻이다.
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