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전라도 이색마을

모기 한마리 없는‘여름천국’

화이트보스 2009. 3. 9. 16:05

[전라도이색마을]모기 한마리 없는‘여름천국’

[전라도이색마을]<19> 구례 문척면 동해마을


 


전남 구례군 문척면 동해마을. 계곡을 사이에 두고 녹음이 짙다. 마을에는 모기가 없지만 숲속엔 모기가 널렸다는 것이 이마을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신광호 기자 sgh@




“아니 이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나대는 것이냐. 냉큼 물렀거라 이놈들…”.

낮으면서도 무게가 실린 몇마디가 흘러나왔다. 짐짓 다가섰던 모기들이 단 일합, 그 기상에 놀라 계곡 양쪽에 걸친 산으로 모조리 달아났다. 이후, 숨어든 모기들을 마을 어귀와 집 안팎에서 본 이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고려시대 거란의 외침을 물리친 강감찬 장군(948~1031년)의 낮잠을 방해하다 본전도 못찾고 내뺀 모기들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오고 있다.

#그림1중앙#



전남 구례군 문척면 동해마을. 실제 모기가 한창 기승을 부릴 7월인데도 신기하리만큼 없다. 마을로 들어섰음에도 모기 한마리 구경할수 없다. 과연 장군의 기상이 아직 건재함이라.

지난 5월초까지 마을 입구에 있었던 무문정은 붕괴위험과 동해교 개축을 위해 철거됐다. 무문정은 ‘無蚊亭’이다. ‘없을 무’, ‘모기 문’자다. 강 장군을 기려 마을의 쉼터로 명맥을 이어왔으나 세월의 더께를 이기지 못했다.

무문정 자리 옆에는 높이 20m, 두께 1.9m의 300년 이상 수령인 마을 팽나무가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를 바라보고 섰다.

공사가 진행되면 큰 바위 두개가 덩그러니 방치돼 있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바람소리가 쏴아아 쏟아졌다. 코 앞 섬진강 물길은 왼쪽 순천에서 하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흐른다. 바람소리에 물소리가 기가 죽었다.

강 장군의 얘기 한 대목. 동해마을 앞 여울인 나팔목에서 장군은 꼬불꼬불 생긴 여울목에서 나는 물소리에 잠을 설쳤다. 장군은 기어코 일어나 물소리를 잡아챘다. 이 물소리들을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오산(鰲山)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이어 오산 끝 절벽속으로 물소리를 잡아넣고 바위로 입구를 막았다. 섬진강 나팔목은 여울소리가 거의 없다. 물결이 잔잔해져 지금은 ‘잔수’로 불린다. 반면, 오산 바위에 귀를 대면 물소리가 철벅철벅 난다.

40여가구가 사는 동해마을의 지명인 ‘동해’는 ‘황룡부주혈’에서 유래했다. ‘황룡이 배를 타고 가는 혈’이라는 데서 나왔다. 청룡이 서해이고 황룡이 동해인 점을 고려해 이름이 지어졌다.

마을사람들은 예로부터 황전들녘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었다. 널따란 논에서 큰 걱정거리 없이 살아왔다.

여기에 ‘모기 한마리’없는 탓에 여름철 관광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네를 찾고 있다. 관광 수입도 짭짤하다. 봄엔 마을 들머리부터 이어지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져 이또한 볼만하다. 이름을 낸 큰 인물은 없으나, 죄 짓고 이름을 드러낸 이조차 없는 자연마을이다.

마을 위 계곡서 서늘한 바람이 섬진강으로 흘러들었다. 귓불이 시원하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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