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배아줄기세포… ‘기적의 약’ 될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론’은 1월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고 올여름에 인간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실용화에 바짝 다가간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날개를 달았다고 분석한다. 과연 배아줄기세포는 ‘기적의 약’이라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치료에 쓰려면 어떤 난관이 남아 있을까. 배아줄기세포 상용화를 위해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5가지 핫이슈를 소개한다.》
배아줄기세포가 난치병 치료제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무한히 변하기(분화) 때문이다. 즉 고장난 세포 대신 배아줄기세포로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 대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능 분화능력이 오히려 암 덩어리(테라토마)를 만들 수도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신경 등 특정 세포로 분화시켜 이식했을 때 미처 변하지 못하고 남은 미분화 세포가 엉뚱하게 무한히 증식해 암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려다 암에 걸릴 수도 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미분화 세포를 제거하면 암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분화 세포에서는 Oct-4나 Nanog 같은 특정 유전자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런 세포만 골라 없애면 암 발생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2 면역 거부반응 확률 낮추기
백혈병에 걸린 환자가 자기와 딱 맞는 골수를 찾을 확률은 60만분의 1 정도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 유형이 환자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으면 이식한 골수를 다른 조직으로 인식해 거부반응이 생기기 때문이다. 제대혈을 이용하면 확률이 6만∼10만분의 1로 줄어든다. 제대혈은 대부분 미분화세포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면역단백질이 일부만 일치해도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미분화 상태인 배아줄기세포는 이식 확률이 더 높다.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배아줄기세포 100개를 만들면 일본 국민 전체의 95%가 자기에게 맞는 조직을 이식받을 수 있다고 2007년 국제학술지 ‘스템셀’에 발표했다. 차의과대 의생명과학과 정형민 교수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전적 차이가 크지 않다”며 “국내에서도 배아줄기세포 100개를 만들면 한국인의 90%가 이식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3 “동물실험 성공, 사람에도 효과” 장담 못해
제론이 하겠다는 임상시험은 배아줄기세포를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척수손상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치료에 처음 적용하는 이 임상시험의 결과가 향후 줄기세포 연구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암 억제 기술을 적용하고 수차례의 동물실험을 거쳤으니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오랫동안 수많은 동물로 실험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고 치료 가능성이 큰 10명 이내의 환자를 선별해 진행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동물과 사람의 차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의대 김중곤 교수는 “동물은 사람보다 재생력이 뛰어나다”며 “동물 실험 결과만 보고 사람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4 윤리문제 없는 ‘역분화’ 방식 부작용 막기
난자나 수정란을 쓰지 않고 체세포를 거꾸로 되돌려 만능 분화능력을 갖게 하는 역분화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iPS) 기술이 2007년 등장했다. 배아줄기세포만큼 분화능력이 뛰어나지만 윤리 문제가 없고, 면역거부반응도 없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역분화줄기세포는 체세포에 역분화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다. 이때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쓰지 않고 역분화 유전자를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달 과학학술지 ‘네이처’ 1일자와 ‘셀’ 6일자 온라인판에 각각 발표했다. 그러나 차의과대 의생명과학과 황동연 교수는 “바이러스 대신 사용한 유전자 조각이 일부 남아 역분화 유전자 말고 세포 안에 있는 다른 유전자의 기능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아줄기세포만큼 모든 세포로 분화할지도 아직 미지수다.
5 필요한 난자수 최소한으로 줄이기
생명윤리학계나 종교계는 특히 난자를 기증받아 만드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난치병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만으로 수많은 난자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과 미국, 중국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난자를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배반포 단계까지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은 평균 5% 정도다. 배반포 배아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낼 수 있는 확률은 약 10%다.
정형민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난자가 최소 200개는 있어야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수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사회의 공감대를 얻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배아줄기세포의 종류
▽수정란 배아줄기세포: 정자와 난자의 인공수정을 통해 얻은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분화능력이 뛰어남.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 생김. 배아 파괴가 윤리적 문제로 지적됨.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만들어 연구에 사용하고 있음.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복제) 만든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시도한 방식.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분화능력도 뛰어남. 윤리 문제와 인간복제 가능성이 우려됨.
▽역분화 줄기세포: 다 자란 체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로 되돌려 다시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 세포. 자기 세포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이 없음. 윤리적 문제가 없고 암 발생 가능성이 낮아 최근 주목받고 있음.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도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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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이식해(복제) 만든 배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시도한 방식. 면역거부반응이 거의 없고 분화능력도 뛰어남. 윤리 문제와 인간복제 가능성이 우려됨.
▽역분화 줄기세포: 다 자란 체세포를 초기 배아 단계로 되돌려 다시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 세포. 자기 세포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이 없음. 윤리적 문제가 없고 암 발생 가능성이 낮아 최근 주목받고 있음. ‘유도만능줄기세포’라고도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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