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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韓)·EU FTA 사실상 타결 업종별 희비 엇갈려

화이트보스 2009. 3. 25. 11:59

소형차·가전은 '꿀맛'… 돼지는 '죽을 맛'
한(韓)·EU FTA 사실상 타결 업종별 희비 엇갈려
포도주 가격은 15% 내려가고 벤츠 S클래스 2000만원 싸져
EU산(産) 삼겹살 저가공세 펼듯 내달 2일 최종타결 예정
최우석 기자 wscho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금원섭 기자 caped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한국과 EU(유럽연합)가 24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사실상 타결함에 따라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경제권 형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EU의 경제규모(2007년 GDP 16조9000억달러)는 이미 우리와 FTA를 체결한 미국(13조8000억달러)보다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EU가 FTA를 맺으면 미국·캐나다·멕시코의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보다 거대한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또 우리나라의 대(對) EU 교역액(2008년 984억달러)은 주요 국가 중 중국(1683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이다.

한·EU 양측은 24일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품목 9404개 중 96%, EU의 전체 교역품목 7398개 중 99%의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또는 3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관세환급과 원산지표시 등 일부 쟁점이 남아 있지만 자동차와 돼지고기 같은 핵심쟁점 분야의 관세 철폐 시기에 합의함에 따라 실질적 장애물은 제거됐다.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지난 2006년 보고서에서 한·EU FTA가 체결·발효되면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가 15조7000억~24조원 증가하고, 무역흑자가 1억3000만~28억5000만달러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서진교 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국내 산업 중 자동차·가전 등이 득(得), 양돈·낙농 등이 실(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 이혜민 우리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Bercero) EU측 수석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외교통상부 브리 핑실에서 한·EU FTA 8차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자동차

한·EU FTA 덕분에 대(對) EU 자동차 수출은 상당히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에 76억달러어치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수출했다. 10%인 자동차 관세율이 3~5년 내에 폐지되면 일본 등 경쟁국 차량에 비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관세율이 폐지되면 소형차 위주로 판매 대수가 5~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EU FTA 발효 이후 유럽차의 국내 수입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U가 지난해 한국에 수출한 차량은 4만1880대, 금액으로는 32억달러에 달한다. 현행 수입 관세 8%가 폐지되면 벤츠 S클래스 최고급의 경우 2억5900만원에서 2000여만원이 줄어든 2억3910만원에 살 수 있다. 가장 저렴한 C클래스는 4650만원에서 4270만원으로 38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포도주

잠정 합의에 따르면, 포도주의 경우 한·EU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이 15% 내려간다. 예컨대 프랑스산 무통카데의 경우 3만8000원에서 3만2300원으로, 이탈리아산 안티노리 티냐넬로의 경우 20만원에서 17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포도주시장 점유율은 수입물량 기준으로는 칠레산이 23%, 프랑스산이 19.2%, 미국산이 13.3%였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프랑스산이 39.5%로 칠레산 17.8%, 미국산 9.8%보다 훨씬 크다. 동원와인플러스 권광조 실장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유럽산 포도주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국내 포도주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

EU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은 40.6%이다. 특히 냉동 삼겹살은 전체 수입물량의 83%를 EU산이 차지한다. 한·EU 양측은 냉장육 전체, 냉동육 중 삼겹살에 대해서는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키로 잠정 합의했다. 냉동육 중 삼겹살 이외 부위는 5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냉동 삼겹살의 경우 현재 EU산의 가격은 국산의 86.6%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될 경우 EU산 냉동 삼겹살 가격은 국산의 72.1%로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양돈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EU산 돼지고기 관세철폐에 따른 피해가 최대 1조846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남은 쟁점과 향후 일정

한·EU 양측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4월 2일 영국 런던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관세환급·원산지결정 기준 등 남은 쟁점을 최종 타결할 예정이다. 관세환급은 원재료·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한 경우 원재료·중간재를 수입할 때 낸 관세를 돌려주는 제도이다. EU는 관세환급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EU로 수출되는 제품의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쟁점 중 하나다. 자동차·전기전자 분야에서 원재료·중간재가 수입된 비율인 '역외재료비율 기준'을 몇 %로 정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협상 관계자들은 이 쟁점들이 4월 런던 회의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올해 안에 양측 서명과 의회 동의를 거쳐 내년 1월에 FTA를 발효시킨다는 게 양측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