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가격은 15% 내려가고 벤츠 S클래스 2000만원 싸져
EU산(産) 삼겹살 저가공세 펼듯 내달 2일 최종타결 예정
한·EU 양측은 24일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품목 9404개 중 96%, EU의 전체 교역품목 7398개 중 99%의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또는 3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관세환급과 원산지표시 등 일부 쟁점이 남아 있지만 자동차와 돼지고기 같은 핵심쟁점 분야의 관세 철폐 시기에 합의함에 따라 실질적 장애물은 제거됐다.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는 지난 2006년 보고서에서 한·EU FTA가 체결·발효되면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가 15조7000억~24조원 증가하고, 무역흑자가 1억3000만~28억5000만달러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서진교 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국내 산업 중 자동차·가전 등이 득(得), 양돈·낙농 등이 실(失)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 ▲ 이혜민 우리측 수석대표(오른쪽)와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Bercero) EU측 수석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외교통상부 브리 핑실에서 한·EU FTA 8차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한·EU FTA 덕분에 대(對) EU 자동차 수출은 상당히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EU에 76억달러어치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수출했다. 10%인 자동차 관세율이 3~5년 내에 폐지되면 일본 등 경쟁국 차량에 비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생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관세율이 폐지되면 소형차 위주로 판매 대수가 5~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EU FTA 발효 이후 유럽차의 국내 수입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U가 지난해 한국에 수출한 차량은 4만1880대, 금액으로는 32억달러에 달한다. 현행 수입 관세 8%가 폐지되면 벤츠 S클래스 최고급의 경우 2억5900만원에서 2000여만원이 줄어든 2억3910만원에 살 수 있다. 가장 저렴한 C클래스는 4650만원에서 4270만원으로 38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잠정 합의에 따르면, 포도주의 경우 한·EU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이 15% 내려간다. 예컨대 프랑스산 무통카데의 경우 3만8000원에서 3만2300원으로, 이탈리아산 안티노리 티냐넬로의 경우 20만원에서 17만원으로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포도주시장 점유율은 수입물량 기준으로는 칠레산이 23%, 프랑스산이 19.2%, 미국산이 13.3%였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프랑스산이 39.5%로 칠레산 17.8%, 미국산 9.8%보다 훨씬 크다. 동원와인플러스 권광조 실장은 "한·EU FTA가 체결되면 유럽산 포도주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국내 포도주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
EU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은 40.6%이다. 특히 냉동 삼겹살은 전체 수입물량의 83%를 EU산이 차지한다. 한·EU 양측은 냉장육 전체, 냉동육 중 삼겹살에 대해서는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키로 잠정 합의했다. 냉동육 중 삼겹살 이외 부위는 5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냉동 삼겹살의 경우 현재 EU산의 가격은 국산의 86.6%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가 철폐될 경우 EU산 냉동 삼겹살 가격은 국산의 72.1%로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양돈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양돈협회 관계자는 "EU산 돼지고기 관세철폐에 따른 피해가 최대 1조846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남은 쟁점과 향후 일정
한·EU 양측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4월 2일 영국 런던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열어 관세환급·원산지결정 기준 등 남은 쟁점을 최종 타결할 예정이다. 관세환급은 원재료·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한 경우 원재료·중간재를 수입할 때 낸 관세를 돌려주는 제도이다. EU는 관세환급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EU로 수출되는 제품의 원산지를 결정하는 기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쟁점 중 하나다. 자동차·전기전자 분야에서 원재료·중간재가 수입된 비율인 '역외재료비율 기준'을 몇 %로 정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협상 관계자들은 이 쟁점들이 4월 런던 회의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올해 안에 양측 서명과 의회 동의를 거쳐 내년 1월에 FTA를 발효시킨다는 게 양측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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