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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이 전쟁 준비를?

화이트보스 2009. 3. 26. 14:05

북한이 남쪽을 향해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동해안 미사일 발사, 서해안 NLL 도발, 개성공단 출입 통제 등 현란할 정도로 대남 협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북한의 도발에 대해 과연 북한 내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요즘은 중국-북한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폰을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막상 전화가 연결되면 오히려 북쪽에서 남쪽에 대해 더 궁금해한다. "남쪽에서 전쟁을 준비하는가? 그것이 사실인가?" 종종 이런 질문이 되돌아온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질문이지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은 북쪽이 도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쪽이 북쪽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이명박 역도와 남조선 괴뢰 군부가 우리 공화국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것을 선포했다. 지금 우리는 언제, 어느 시각에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된 정세 속에서 살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전쟁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6·25 전쟁까지도 자신들이 침공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대한민국이 침략한 전쟁으로 북한 주민들이 믿게 하는 데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벌어진 일들도 당당하게 거짓말 선전을 하는데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해 왜곡 선전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왜곡 선전이 아니라 그것이 통한다는 데에 있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안 믿을 도리도 없다.

이와 같은 북한의 철저한 정보 통제는 남북 관계에서 북한이 제멋대로 날뛸 수 있는 튼튼한 배경이 된다. 북한은 남북한 군사적 대결에서 패배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항상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서 대패한 후에도 '적의 도발을 분쇄한 승리'로 선전했다. 설령 군사적 패배 사실을 숨길 수 없는 경우라도 북한은 남쪽의 기습으로 당했다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복수의 칼을 갈자는 식으로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남쪽은 다르다. 군사적으로는 승리했더라도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야당과 NGO가 들고 일어난다. 잘못된 대북 정책 때문에 민간인이 희생되었다고 규탄 시위를 벌인다. 또 언론은 한반도 긴장 고조로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으로 승리해도 정치적으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 비밀은 바로 한국은 정보의 홍수에 살고 북한은 정보의 블랙박스 안에 살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런 정보 접근의 비대칭성 때문에 군사적 승리가 정치적 승리로 연결되지 않은 또 다른 사례는 1차 걸프 전쟁이다. 전쟁엔 졌지만 이라크 내부 정보를 완전히 통제한 후세인은 권좌에서 쫓겨나기는커녕 더 강력한 독재 기반을 구축했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에게 정치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보 차단의 벽을 뚫어야 한다. 최근 EU와 '국경없는기자회'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활동을 하는 민간 대북 라디오 방송사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이어 EU도 북한 주민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제대로 알려 북한 주민의 민심을 장악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김정일에게 독점당한다면 MB는 군사적으로는 승리할지라도 정치적으로는 김정일에게 백전백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