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석 EXR상하이법인장은 “경쟁 브랜드에 비해 품목별로 50~100% 비싸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그들을 능가한다”며 “톡톡 튀는 한국 패션 디자인이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중국에 진출한 건 2004년 4월. 5년 만에 직영 매장 100개, 연 매출액 2억4000만 위안(약 480억원)을 올리는 중견 패션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광고 투자 등이 거둔 결실이라는 게 원 법인장의 설명이다.
EXR뿐만 아니다. 이랜드·온앤온·W닷 등 한국 패션이 중국 내수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라네즈·이자녹스 등 화장품, 초코파이·신라면 등 식품 브랜드도 선전하고 있다. CJ홈쇼핑의 합작 TV홈쇼핑업체인 ‘동방CJ’는 기라성 같은 현지 백화점들을 제치고 상하이 3위의 유통업체로 올라서기도 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위기의 돌파구를 찾아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요즘 한국 기업의 화두는 중국 내수시장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4조 위안(약 800조원)’으로 내수 부양 정책을 써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이 늘면서 한국 굴착기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 가전하향(家電下鄕·가전제품의 농촌 보급)으로 국내 액정화면(LCD) 공장도 풀 가동되고 있다. 소형 자동차에 대한 우대 정책이 실시되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시장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맥킨지상하이사무소의 컨설턴트인 비나이 딕싯은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현재 유일하게 살아 있는 시장이 바로 중국”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이 이곳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고의 경쟁력과 탄탄한 자금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실패의 쓴잔을 맛볼 뿐이다.
송창의 무역협회 아주팀장은 “지금 성공한 기업들은 최소한 5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고, 버틴 기업”이라며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통망을 깔고, 시장을 연구하면서 브랜드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상하이·난닝·광저우=한우덕 기자 베이징·옌타이=염태정 기자 칭다오=장세정 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중국 내수시장=지난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1% 늘어난 10조8488억 위안(약 2170조원).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중국 시장은 여전히 15% 이상(올 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