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학교와 고교용 역사·지리 교과서들. 이 교과서들은 여러 쪽에 걸쳐 현대중공업 조선소 사진과 한국지도 등을 싣고 한국경제의 고성장과 그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수준은 1960년대 초만 해도 아프리카 빈국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경제개발 40여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경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외국 현지 취재와 자료분석 등을 통해 세계 각국 교과서에 비친 한국경제의 모습을 들여다 본다.
2차대전 패전 후 단기간에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부흥을 이룬 독일의 교과서는 한국 경제를 어떻게 서술하고 있을까. 독일 교과서 속에 나타난 한국 경제는 ‘기적’과 ‘위기’의 두 단어로 요약된다. 우선 전쟁의 폐허에서 30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무역대국 반열에 오른 경제 고성장을 ‘기적’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반면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일부 재벌그룹이 몰락하고 경제가 침체기에 빠져들었던 ‘위기’ 또한 이들에게는 한국을 이야기하는 주요 논점이다.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독일 인문계 고교 교과서(‘지구, 지리, 공간과 구조들’)와 고교 상급반 지리교과서(아시아·태평양지역), 중학교용 지리교과서(헤센주) 등 3개 교과서는 각각 6∼7쪽에 걸쳐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기술하고 있다. 이 교과서들은 사진과 도표를 곁들여 상당히 분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960년까지도 남한은 성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9달러로 가나나 수단과 같은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세계은행 보고서는 버마와 필리핀의 앞날을 장밋빛으로 보았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에너지원이 없는 남한은 경제적 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은 오늘날 세계 11대 무역국이며 1996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다. (중략) 불리한 자연 공간적 전제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경제기적을 이루어 냈다.”(고교 상급반 지리 92쪽)
“남한은 세계경제로 통합되었다. 대통령 박정희(1961∼79)는 강력한 손으로 남한을 농업 국가에서 산업 능력을 가진 국가를 형성했다. 수도 서울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중학교 지리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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