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점장·저축은행 팀장 자매가 본 '재테크 풍속도'
"단기간에 원금회복 노려… 아직은 투자 다변화 차원"
"예금담보대출 금리 비싸도 공모주 청약위해 빌려가"
"이달 들어 펀드 빼서 그 돈으로 주식에 몰아달라는 고객분들이 부쩍 늘었어요."(언니)"보수적인 고객분들도 예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받아서 공모주 투자에 뛰어들더군요."(동생)
장지영(40) 한국투자증권 이촌동 지점장과 장진이(38) 삼화저축은행 수신팀장은 업계에 흔치 않은 자매 금융전문가다. 평소에는 사이좋은 자매 사이지만, 재테크에 관한 한 한치의 양보가 없다. 장 지점장은 지난 1989년 한투증권(옛 동원증권)에 입사해 지금까지 20년간 증권가에서만 한우물을 파왔다. 지난 1991년 서울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한 장 팀장은 지난 2001년 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수신 업무만 맡아 왔다.
- ▲ 자매인 장진이 삼화저축은행 팀장(사진 왼쪽)과 장지영 한국투자증권 지점장이 지난 17일 서울 정동에서 만나‘재테크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저금리로 인해 주식 같은 위험 자산에 눈돌리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예금을 깨기보다는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언니인 장 지점장은 "요즘은 쪽박 펀드를 깨버리고 직접 투자하겠다는 분들이 늘었다"며 "펀드 가입해 놓고 본전 찾기 위해 2~3년 기다리느니 그냥 단기간에 주식으로 고수익 내서 원금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올 들어서만 18.19%(코스피지수 기준) 올랐는데도 펀드 수익률은 여전히 -40∼-30% 정도로 저조하자 개인들이 아예 주식시장의 머니게임에 직접 뛰어든다는 것이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라는 특성상, 점찍어둔 종목 주가가 빠지면 샀다가 5% 안팎 오르면 무조건 팔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장 지점장은 "일부 해외펀드는 너무 고점에서 잡아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손실 회복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접투자로 선회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본격투자에 나섰다기보다는 금리가 너무 낮으니까 투자를 다변화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동생인 장 팀장도 최근 고공행진 중인 주가 덕분에 저축은행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예금 금리가 낮아 손님이 많을 때가 아닌데도 매일같이 객장이 붐비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다들 공모주에 돈 넣으려고 예금담보대출 받으러 온 손님들이더라고요."
작년 말에 연 8%의 높은 확정금리로 정기예금을 든 고객들의 경우 해약하면 아까우니까 예금을 담보로 잡고 공모주 청약 자금을 대출받는다는 설명이다. 장 팀장은 "대출 금리가 연 9% 이상으로 비싸지만 사나흘치 이자를 물어도 공모주 청약으로 더 많이 남길 수 있다며 빌려가더라"고 전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은 청약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어서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펀드 후유증이 큰 일부 고객은 '펀드의 펀자(字)'도 싫다면서 여전히 안전자산에만 러브콜을 보낸다고 한다. 주식 시장의 고수익 유혹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연 5%짜리 예금에 꿋꿋하게 가입한다는 것이다. 다만 시중에 풀린 엄청난 유동성 때문에 향후 금리가 럭비공처럼 튀어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고, 단기(3~6개월)로 자금을 굴린다는 게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자매는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장 팀장은 "부동산이나 주가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위기가 해결됐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장 지점장은 "고수익을 노린 테마주 투자를 할 경우에도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들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고 순매수하는 종목을 따라가는 것이 실패 확률이 낮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