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바이오연료산업 휘청…‘제2의 닷컴버블’ 되나

화이트보스 2009. 4. 22. 16:37

바이오연료산업 휘청…‘제2의 닷컴버블’ 되나




경기침체로 수지 악화

각국 관련업체 도산 속출


신()성장동력이라는 기대 속에 승승장구하던 바이오연료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각국 정부가 ‘녹색 뉴딜’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지원책을 내놓자 ‘묻지 마 투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과연 기대만큼 성과가 나올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이 ‘바이오 버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비관론까지 내세운다.

○ 업계 줄도산

미국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고유가 속에 붐을 이뤘던 바이오에탄올 사업의 환상이 걷히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와 석유값 하락으로 수지가 맞지 않자 업체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베라선에너지 파산 이후 리뉴에너지, 퍼시픽에탄올, 노바바이오소스, 아벤틴리뉴어블 등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180개 생산시설 가운데 23개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생산능력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미 의회가 제시한 내년 생산목표량(129억 갤런) 달성도 의문시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체들은 옥수수가 아닌 해조류, 목재, 작물 폐기물 등에서 나오는 ‘차세대 바이오연료’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현재 200여 개 회사가 차세대 바이오연료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마저도 연구 및 공장 건설 계획이 미뤄지고 있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로버트 체스 OPX바이오테크놀로지 회장은 “현재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차세대 원료도 곧 수요가 많아지면 원가가 올라가 옥수수 에탄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열광’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제2의 ‘닷컴 버블’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까지 친환경 시장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 과잉투자도 우려된다. HSBC은행은 아시아 각국 경기부양 재정 지출안의 20%(27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도 1월 17개 ‘신성장동력’을 발표하며 바이오연료를 포함하는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그중 하나로 꼽았다. 10년 동안 100조 원 이상 투입해 부가가치 창출 규모를 지난해 222조 원에서 2018년에는 700조 원대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3일 ‘해조류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녹색성장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21일 일본 정부도 2020년까지 환경 관련 시장을 120조 엔으로 늘리고 28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그린 뉴딜’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면 거품이 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에서는 정보기술(IT) 부문에 과잉투자를 했다가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기업 도산이 이어지면서 불황에 빠졌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료 출신인 국내 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성장동력이 장기 프로젝트로서는 맞지만 당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들도 있다”며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