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이틀 회의는 길었다. 하나같이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분단과 민주화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보다는 스스로 글로벌 코리아를 선언한 중진국 한국의 지역적 그리고 지구적 역할을 궁금해했다. 한미 FTA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을 얘기하면서도 동시에 정치적 문제로서 바라보고 싶어했다.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에 대해서는 "첫인사 하자고 손 내밀었다가 뺨맞은 것 같은"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었다.
피곤한 머리도 식힐 겸 호텔방에 돌아와서 CNN 뉴스를 틀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 개회식에서 박수를 받으며 쿠바와의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을 외치고 있었다. 불신의 오랜 세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 여정이 필요하겠지만 새날을 위해 결정적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해야 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며 당사자 모두가 미래를 내다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설에 강한 오바마 대통령은 설득력과 진정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연설을 보면서 언제쯤이면 북한을 향해서도 미국이 같은 내용의 연설을 하게 될까를 생각하니 쉬려던 머리는 점점 더 복잡해졌다.
언론들의 성급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반응은 간단치 않다. 특히 건강 때문에 49년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최근 동생인 라울에게 권좌를 넘겨준 피델 카스트로는 오바마의 '새로운 시작'을 대단히 조심스럽게 바라다보고 있다. 국민과 당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로 여전히 정치참여를 하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는 미주정상회의의 오바마를 보면서 우쭐거린다는(conceited) 표현을 쓰고 있다. 83세의 노정객은 오바마가 48세의 풋내기 정치인임을 강조하면서, 동생 라울이 오바마와 어떤 문제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의 의미를 풀이하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오바마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혁명의 용기와 믿음으로 어떤 주제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으며 변화는 불가피하나 지도자는 잠시 흘러갈 뿐이며 인민들은 영원히 남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8년만 지나면 쿠바인들은 또 새로운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글을 맺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시작'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이란과 쿠바에서는 일단 첫발을 내디딘 반면에, 북한에서는 프로 레슬링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상대방 반칙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심기가 불편한 미국이 기선제압과 사기진작의 북한식 외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세 개의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선 매와 당근 또는 제재와 포용정책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선군정치는 수령체제의 생존을 위한 전쟁이기 때문에 어설프게 때리거나 달래서 될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북한의 '선군적 합리성'을 미국적 합리성으로 이해하거나 예측하려는 노력은 무리다. 선군정치의 논리에서 보자면 미국의 첫인사를 광명성 2호로 답례해야 하며, 미국식 제재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격이다. 우리의 PSI 가입노력도 마찬가지 신세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의 수령체제 옹호와 관련 당사국들의 평화체제 구축 노력은 무늬는 같으나 내용은 현재로서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0년 전 페리특사 회담과 같은 내용의 보즈워스 특사 회담을 준비하느라고 바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미사일발사, 제재무산, 북미회담의 성사와 실패를 미리 예상하고 북핵 및 한반도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북한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주식시장의 논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바닥을 치는 하종가 때가 투자의 최적기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는 마지막 투자의 기회가 찾아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시작'은 카스트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생전에 다시 찾아오기 어려운 호기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당 조직과 군부의 힘으로 최소한의 수령체제를 유지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21세기 부강국가 건설의 꿈은 영원히 물 건너갈 것이다. 북한경제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1인당 국민소득 500달러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MF 통계에 맞춰 보면 세계최빈국인 160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북한의 국민총생산은 한국의 100분의 1이다. 혁명투쟁을 통해서 키워 온 용기로써 '새로운 시작'을 감행할 때다. 하영선·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김정일 위원장의 마지막 기회
북한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주식시장의 논리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바닥을 치는 하종가 때가
투자의 최적기다 그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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