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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은 왜 열었나
"지난해 8월 경제가 나빠지면서 부모님이 하시던 일에 큰 타격이 왔다. 아버지가 힘들어 하시는게 안타까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의류쇼핑몰을 열기로 결심했다. 쇼핑몰 창업에 대한 책을 사고 인터넷을 참조하면서 한 달만에 준비를 끝냈다. 일단 ‘열고보자’는 식이었다. 다행히 예전에 옷가게를 했던 엄마와 대학교에 다니는 언니가 있어 많이 도움이 됐다. 스타일리쉬한 언니가 주로 옷을 고르고 내가 예쁘게 사진을 찍어 올리면 장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회계정리나 사업자등록 등은 부모님이 도와주셨다."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나
"얼마 전 새벽 시장을 돈 다음 지각하지 않으려고 집에도 들르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간 일이 있다. 등교까지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 인근 카페에 잠깐 엎드려 있었는데 일어나보니 1교시가 지난 후였다. 부리나케 뛰어 2교시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죽은 듯’이 잤다."
-성적에 대한 고민은
"아무래도 쇼핑몰을 하기 전보다는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 아버지는 공부를 소홀히 할까봐 쇼핑몰 여는걸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 내가 끝까지 학교생활을 포기하지 않으니까. 수능 날짜가 다가오면 내가 공부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언니가 도와준다고 했다. 대학 사진과 지원은 예체능계로 분류돼 수능 점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주위의 반응은
"학교 선생님들께는 말하지 않았다. 편견을 갖고 나를 볼까봐 그랬다. 일부 어른들은 쇼핑몰 운영이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한다. 물론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응원해준다. 가끔 친구들이 모델이 돼주기도 한다. 모델료로 6000~8000원 정도 주니까 반응도 좋더라."
-쇼핑몰 운영의 힘들었던 점은
"처음엔 물건을 떼러 간 도매상 앞에서 ‘티셔츠 1장만 주세요’라는 말을 못해 주춤거렸다. 쇼핑몰을 운영해 본적이 없어 고객의 반응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낱장씩만 사려고 했다. 도매는 원래 묶음으로만 판다. 어리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 분도 계셨지만 발품을 팔며 부지런히 돌아다니니까 얼굴을 기억하고 물건을 주시더라."
-10대 CEO가 좋은 점은
"아무래도 쇼핑몰의 주 고객층이 10대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친구들의 취향과 요구사항을 매일 들을 수 있다. 10대의 눈으로 10대의 유행을 읽는 것이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어떤 아이템이 뜬다고 소문이 나면 순식간에 확 퍼진다. 그때를 포착해 유행할 옷을 진열해둔다. 너무 과감한 스타일은 미련없이 버린다. 학원갈 때, 독서실 갈 때 입는 편안한 옷이 우리 컨셉트다."
-판매 전략은
"친절함이다. 고객에게 물건을 보낼 때 쪽지를 직접 써서 넣어 보냈다. 감사하고 또 와서 구매하시라고. 쇼핑몰에 올리는 의류 사진도 고객이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다양하게 올려 놓는다. 또 한가지, 10대는 공부하느라 체형에 신경을 많이 못쓴다. 같은 종류의 옷이라도 좀더 날씬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골라 진열한다."
-매출은
"작년 9월에 열었기 때문에 연매출은 아직 집계가 안된다. 월매출은 계절별로 다르고 때마다 다르다. 학기 중엔 3000만~4000만원 선이다. 방학이나 명절, 소풍시즌 때는 월매출이 평소보다 높다. 업계 사람들이 오픈한 기간에 비해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말해주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올 11월 수능을 본 뒤 대학교에 입학해 사진을 전공하고 싶다. 그러려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할 것이다.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그에 맞는 책임감도 가져야겠다. 대학에 가서 사진 공부도 하고 쇼핑몰도 계속 운영하려면 지금보다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직원을 고용해야 하니까."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