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18세 CEO 은지양 “좀더 일찍 자퇴할걸” [조인스] ①10대, 10대를 겨냥하

화이트보스 2009. 4. 27. 17:28

18세 CEO 은지양 “좀더 일찍 자퇴할걸” [조인스]

①10대, 10대를 겨냥하다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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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창업은 레드오션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이버쇼핑몰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류ㆍ잡화 쇼핑몰의 창업률과 폐업률은 매년 10~20%씩 증가한다. 짧은 시간 안에 저비용으로 문을 쉽게 열 수 있지만 경쟁이 심해 쉽게 닫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고 했다. 경기 불황에도 차별화된 타깃을 정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쇼핑몰 CEO들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회는 자신의 10대 친구들을 겨냥한 10대 CEO, 2회는 키가 작아 옷을 사기 어려운 남성, 건달 패션을 좋아하는 중년 남성을 틈새시장으로 잡은 CEO, 3회는 60~70대 CEO로 젊었을 때 취미로 모았던 로봇을 판매하는 분과, 일본에 체류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킹을 판매하는 분을 소개한다.

18세 은지양 “자퇴 후회? 더 일찍하고 쇼핑몰 ‘올인’할걸”

“고3이 되던 올 초에 학교를 그만뒀어요. 후회하지 않냐고요? 더 일찍 쇼핑몰에 전념하지 못한게 후회가 되는걸요.”
의류 쇼핑몰 ‘갱스샵’ CEO 배은지 양의 말이다. 만 18세인 배양은 주민등록법상 미성년자(만 19세 이상이 성년)다. 그의 본분, 대한민국에서만은 고등학생이어야 했다. 지난 8일 의정부 가능역 인근에 있는 매장 ‘갱스샵’에서 배양을 만났다. 왜 학교를 그만뒀는지부터 숨차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이 일을 더 빨리 하고 싶어서.”

-옷과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옷 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상표도 떼지 않은 옷들이 있을 정도다. 한 두번 입은 옷은 입기 싫었다. 엄마한테 ‘왜 매일 옷을 사냐’고 혼도 많이 났다. 그러다 점점 ‘돈의 한계’를 느꼈다. 비싼 옷을 산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 한두벌이어야지.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입은 옷들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서 팔자고. 그 돈을 가지고 또 새 옷을 사자고."

-그게 언제인가
"중2 때 다음(daum) 중고 의류 매매 카페에 내가 입었던 옷들을 사진으로 찍어 하나둘씩 올렸다. 처음엔 단품으로 올려 팔다 나중엔 티와 바지를 매치시켜 게시판에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그 옷을 어디 가면 살 수 있느냐’는 댓글도 올라왔다. 점차 수량을 늘려 팔았다."

-당시 수입은
"취미생활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수입 개념 대신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했다. 새 옷을 살 돈이 없으면 집에 있던 헌 옷도 팔고 반응이 좋은 옷은 여러벌 사서 되파는 방법으로 2주에 200만원어치를 팔기도 했다. 물론 옷 살 돈이 있으면 그땐 푹 쉬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 옷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더 즐거웠다."

-본격적인 쇼핑몰 창업은
"인터넷을 통해 쇼핑몰 창업 자료를 모은 뒤 지난해 3월 ‘갱스샵’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가게를 열었다. ‘내 친구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팔자’가 쇼핑몰 컨셉트다. 실용적이고 자주 입을 수 있는 옷이다. 디자인이 톡톡 튀는 옷을 팔면 방문자 수는 늘지만 정작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또래가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10대인 내가 제일 잘 안다."

-학교 공부가 힘들었나
"보통 밤에 물건을 떼와야 하기 때문에 잠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보통 시장을 돌고 오면 새벽 6시. 물론 엄마가 많이 도와주셨지만 이중 생활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잠을 자는 곳은 집이 아니라 늘 학교였다. 책가방이 아닌 베개를 가지고 다녔으니까."

-그래서 학교를 그만뒀나
"올 초 고3이 되면서 쇼핑몰 운영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때 성적은 상위권, 고등학교 저학년땐 중위권 정도 했다. 공부와 장사를 함께 하려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처음엔 부모님이 무척 반대하셨다. 하지만 난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대학은 내년에도 갈 수 있었지만 지금 하는 일은 10대인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됐다. 더 일찍 그만두지 않은 것이 후회될 뿐이다."

-의류 아이템은 어떻게 고르나
"하루에도 동대문 의류시장을 두세번 나간다. 시장에서 보는 트랜드가 가장 현실적이다. 10대 학생들을 위한 의류 잡지는 거의 없다. 국내외 잡지에 실리는 아이템은 이미 시장에서 ‘한물 간’ 것이다. 잡지에 실린 의류는 보통의 학생들에게 모델 사진일 뿐이다."

-물건을 떼러 갈 때 어린 점이 부담이 됐겠다.
"처음 도매 거래처를 뚫을 때 대부분 물건을 안팔겠다고 하더라. 어린 학생이 뭘 하겠느냐고 무시했다. 하지만 계속 찾아가 물건을 달라고 하면서 내 얼굴을 알렸다. 이제는 ‘네가 이렇게 어엿한 대표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몇 달 하다 말겠지라고 말했던 반 친구들도 이젠 단골이 됐다."

-판매 전략은
"빠른 업데이트다. 1주일에 아이템을 20개 이상을 바꾸자는게 내 원칙이다. 평범해 보이는 옷에도 유행이 있다. 1주일 된 옷들이 사이트에 버젓이 있으면 10대들은 금방 지겨워한다. 온라인에선 빠르게 변해야 산다. 물론 수량 계산을 잘못해 재고가 쌓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을 며칠 전에 오픈한 것이다. 재고를 빼다 매장에 걸어놨다. 이곳엔 중고등학교 4개가 모여있어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매출은
"쇼핑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월평균 매출은 5000만원 정도다. 아직 미미하다. 1년이 갓 지났기 때문에 매출 대부분을 재투자 개념으로 본다. 경기가 어려울 때인데 다행이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 4월에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갈 예정이다. 패션디자인 또는 전자상거래 부분을 공부하고 싶다. 현재로선 나이가 한살 한살 들면서 갱스샵도 함께 컸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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