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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달밤엔 '박근혜 바람'만 불었다

화이트보스 2009. 4. 30. 08:58

신라의 달밤엔 '박근혜 바람'만 불었다

  • 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
 

경주서 친박(親朴)후보 당선

경북 경주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 출신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한나라당 주류 핵심인 정종복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됨으로써 다시 한번 '박근혜의 힘'이 확인됐다. 작년 총선에 이어 '친이(親李) 대 친박(親朴)' 진영 간의 재대결 구도로 치러진 경주 재선거가 막판 혼전 양상을 띠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투표함을 열자 '박풍(朴風)' 앞에 정 전 의원이 다시 완패한 결과가 나타났다.

한나라당 주류들은 선거 막판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전 의원이 10% 내외로 앞서가는 결과가 나오자 "경주만은 건질 수 있다"고 희망을 거는 분위기였다. 반면 친박 진영에선 "지난달 말 정수성 후보가 이상득 의원측의 사퇴 종용 논란을 제기하고, 이에 박 전 대표가 '정치의 수치'라며 이 의원측을 정면 비판했을 때 이미 승부는 갈린 것"이라고 했었는데 개표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경주 재선 결과로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은 박근혜 영향권'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해 보였다. 그런 만큼 향후 여권(與圈)의 중심축이 주류에서 박 전 대표 쪽으로 상당 정도 옮겨 갈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반면 이번 선거 결과가 장기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당 후보에 대한 재보선 지원에 일절 나서지 않았던 박 전 대표에 대해 주류측에서 원망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역풍(逆風)' 기류가 감지된다. 주류측 반응과는 별도로 여권 지지층에서도 '한나라당의 차기 주자가 당의 공식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옳으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