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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

화이트보스 2009. 4. 30. 11:31

세계적 디자이너가 외면하는 삼성 휴대폰

  • 김미리 기자·엔터테인먼트부

입력 : 2009.04.30 01:37 / 수정 : 2009.04.30 01:48"아내와 아들이 삼성 휴대폰을 쓴다기에 극구 말렸습니다. 주위 디자이너들 중에 삼성폰 쓰는 친구는 거의 없어요."

지난 25일 세계 최대 가구·인테리어 박람회인 이탈리아 밀라노 가구박람회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는 삼성의 휴대폰 디자인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인 그는 지한파(知韓派) 디자이너로도 알려진 인물. 3년째 삼성의 제품 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인물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다소 의외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독일 대표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는 애플 '아이폰'을 들고 있었다. 그 역시 삼성의 제품 평가단에 참여했다. 그리치치는 왜 삼성폰을 안 쓰냐는 물음에 곤란한 표정으로 "노 코멘트"라고만 말했다. 이후 기자가 만난 유명 디자이너들 중 삼성 휴대폰을 쓰는 이는 거의 없었다.

삼성은 지난 10여년간 '디자인 경영'을 화두로 삼고 제품 디자인에 남다른 공을 들여왔다.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들을 적극 영입하고, 그들과의 네트워크로 디자이너들 사이에 '삼성 사단'을 만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로부터 삼성 휴대폰이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은 예상 밖이었다.

"지금까지 모토로라 '레이저폰'만을 4대 써왔고 앞으로도 삼성폰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는 지오반노니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삼성폰은 레이저폰이나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모서리 각도나 마감이 현격히 떨어지는 등 전문가들에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삼성폰은 성능 좋고 튼튼한 '기계'이지 아이폰처럼 감성을 실은 '디자인 명작'은 아니다"라고 냉정히 말하는 디자이너도 있었다.

삼성 휴대폰은 한국이, 아니 한국인 모두가 의심 없이 자랑해왔던 대표적인 디자인 제품이다. 기자가 만난 몇몇 사람들이 체계적인 소비자 선호도 통계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울타리 안의 자화자찬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계적 '디자인 고수'들의 냉혹한 평가에는 애써 귀를 닫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