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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北), 일방적 요구… 개성공단 폐쇄로 몰고가나

화이트보스 2009. 5. 16. 17:38

북(北), 일방적 요구… 개성공단 폐쇄로 몰고가나

 

입력 : 2009.05.16 02:46 / 수정 : 2009.05.16 13:56

"폐쇄위한 수순으로 보여" "더 받아내려는 전술이다"
전문가들 분석은 엇갈려 북(北), 압박수위 점차 높일듯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대놓고 흔들며 대남 압박에 나섰다. 그동안 "개성공단에서 나가라"는 표현은 한번도 안 썼지만 15일에는 자신들이 제시할 공단 운영 조건을 무조건 받지 않으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선 핵(核)으로, 남한에는 개성공단으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작년 3월부터 개성공단 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를 쫓아내며 공단을 대남 압박 카드로 써왔다. 작년 11월에는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김영철 정책실장(중장)을 보내 입주기업들을 위협했으며, 12월 1일부터는 공단 출입 인력과 차량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

올해 3월 한·미합동군사 훈련 기간엔 세 차례나 육로 통행을 차단해 수백명의 우리 근로자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기도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과거로 되돌리기 위해 '이래도 무릎 꿇지 않을 거냐'는 식으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말 공단 문을 닫으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박사는 "폐쇄를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임금과 임대료를 중국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올릴 경우 우리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1차 접촉 때 언급하지 않았던 세금 혜택까지 무효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상황이 나쁘다는 증거"(조봉현 박사)란 설명이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된 기존 계약을 무효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15일,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통일대교의 남단에 있는‘통일의 관문’에 바리케이드가 쳐 있다./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김영윤 통일연구원 박사는 "북한은 폐쇄 책임을 덮어쓰지 않기 위해 계속 압박을 가해 남한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통지문은 남한을 한번 더 옥죄는 조치"라고 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도 "개성공단에서 얻는 경제적 이익보다 '황색 바람'(자본주의 풍조) 유입이라는 정치적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후계 작업이 맞물린 상황에서 체제 통제가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데 개성공단은 체제 단속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3만9000여명의 공단 근로자에게 매일 2~4개씩 지급되는 '초코파이'는 암(暗)시장을 통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을 정도다.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판을 키워 남한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술"(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란 견해도 있다. 위기를 고조시킨 뒤 금강산관광 재개, 식량·비료 지원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의도란 관측이다. 북한 통지문 제목이 '개성공업지구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측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돼 있는 것도 협상 여지를 엿보게 한다.

대북 소식통은 "금강산·개성관광 등이 모두 끊긴 상태에서 3만9000여명의 근로자가 연간 3200만달러(420억원)를 버는 개성공단까지 포기하는 것은 북한도 쉽지 않다"며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통지문에서도 남북 접촉을 '위기'라고 표현했지 '끝났다'고 하지는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공단다운 공단은 개성공단 하나"라며 "북도 공단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 당국자는 "15일 통지문이 '압박' 의미인지 '폐쇄 수순'인지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다음 수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이제 북한은 임금과 임대료를 언제까지, 얼마를 올려 달라고 일방 통보한 뒤 우리가 따르지 않으면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겠다고 협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핵 협상처럼 압박 수위를 한 단계씩 계속 올려갈 것"이라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문제를 포함해 개성공단 문제는 이제 실무급에서 풀릴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며 "남북 최고당국자 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수준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은 통지문에서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사용, 평양 수뇌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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