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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 동포까지… '인재블랙홀'

화이트보스 2009. 5. 17. 12:52

옌볜 동포까지… '인재블랙홀' 일본

  • 박수찬·사회부 soochan@chosun.com

입력 : 2009.05.16 02:46

박수찬·사회부

서울대 입시안을 설계하는 김경범(44)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으로 8박9일간 출장을 다녀 왔다. 미국·영국의 명문 대학은 수차례 가봤지만 중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중국 출장을 떠난 건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는 작년 일본 대학을 방문했다가 아시아 각국 유학생 수천명이 재학 중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한국 학생만 수백명이었다. 김 교수는 "일본 대학은 우수한 한국 학생들을 빨아들이는데 우리는 주변국의 우수한 인재 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번 출장길에 그는 중국 고등학교 7곳을 돌았다. 그가 만난 옌볜(延邊) 제1중학교(한국 고등학교에 해당) 관계자는 "일본 대학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장학금을 들고 와서 학생을 뽑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작년에 베이징(北京)대와 칭화(淸華)대에 21명씩 진학시킨 명문이다. 이 학교 출신들 가운데 일본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있지만 한국 대학으로 진학한 사례는 아직 없다. 한 교사는 "아들을 일본 오사카(大阪)지역 대학에 보냈다"고 자랑했다.

김 교수는 "입학·입국 수속, 장학금, 아르바이트 허용 여부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일본 대학이 한국 대학보다 조건이 좋고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일본은 한 발 더 나아가 작년 유학생 30만명 유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졸업 후 취업까지 돕겠다고 나선 실정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해외 유학생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세운 데까지는 비슷하다. 그러나 어느 쪽이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것은 일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1990년대에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심각한 인재 유출사태를 겪었다. 그 무렵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외국 인재를 빨아들여 '늙은 경제대국'의 활력소로 삼기 위해 치밀하게 노력 중인 것이다.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우리 동포들이 몰려 사는 옌볜만 해도 일본은 몇 년 전부터 와세다(早稻田)대 등 10여개 대학이 장학금을 들고 와서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우리는 수도권 대학 한 곳만이, 그것도 올 들어 처음으로 학생 모집을 의뢰한 상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