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주의 타파 등 큰 족적 남긴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뜻 받들어 국론분열 막고 ‘글로벌 코리아’ 거듭나야 |
입력시간 : 2009. 05.29. 00:00 |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음이라는 두려운 선택을 앞두고 그의 소박한 품성을 짐작케하는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그는 비록 이렇게 떠나갔지만 유서에 담긴 ‘작은 비석’은 자신이 평생의 업으로 삼고자 했던 사회개혁과 민주주의 발전, 지역감정 해소 등의 문제가 영원히 기억되고 해소됐으면 한다는 마지막 희망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대통령으로 평생을 살고자 했던 정치인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를 평생 화두로 삼았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참여정부의 출범을 가능케 한 출발점도 ‘경제’보단 지역주의 타파를 우선시한 정치개혁이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그가 선거법 개정에 목을 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영·호남을 양분하는 정치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정치권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호소했다.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때론 한나라당에 대연정 제안까지 하며 몸부림쳤으나 지역 이기주의를 필두로 한 정치권과 일부 국민들의 높은 장벽에 번번이 무너졌다.
탈권위를 앞세워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도 그가 남기고 간 소중한 자산이다.
검찰 개혁을 위해 평검사와의 스스럼없는 대화에 나섰으며, 법무부장관에 변호사 출신인 40대 여성 강금실씨를 임명하는 파격 인사도 단행했다.
최근 비리의혹으로 다소 상처가 남긴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각종 유착을 단절하고 깨끗한 정치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에 이어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지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 제정, 과거사위원회 발족 등 과거사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체계와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평생 숙제들은 급진적 개혁에 반대하는 여론에 부딪혀 국론분열의 결과를 낳게 하는 등 한계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벼랑 끝에 선 ‘비운의 정치개혁가’ 노 전 대통령은 결국 응어리진 가슴 속 한을 풀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고, 그의 죽음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반칙이 없는 나라’,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큰 과제를 남겼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한 단계 진전을 위해서라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고 간 정치공과를 냉철히 분석하고 여야 정치권과 정부, 국민이 삼위일체로 똘똘뭉쳐 국론 분열 등을 막아 ‘세계속의 한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정태 기자 psyche@namdonews.com 박정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