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미·북 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상하는 과거의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북한이 계속해서 위협하면 중대하고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에 따라 미국 해군은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을 지시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평화와 경제발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길을 택하면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협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5년 넘게 북한 핵문제를 다뤄온 6자회담 참가국 중 5자가 먼저 모여 북한 문제 해법을 만든 뒤, 그중 한 나라가 5자를 대표해 북한과 협상하는 방안은 '협상 국면'이 시작됐을 때를 대비한 조치인 셈이다.
북한이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북 협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미국의 국익에 따라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과거 1990년대 1차 핵위기 때도 지금과 같은 한·미 공조가 유지됐으나 곧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착수하면서 한국이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도 유엔이 제재결의안을 채택하고 응징에 나섰지만 미국이 미·북 협상에 나서면서 결의안 자체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한·미 정상이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다뤄선 안 된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미·북 회담이 시작된 이후엔 이런 결의가 무색해지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미국은 미·북 협상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결과를 낳았던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한·미·중·러·일 5자가 한목소리로 동시에 대북 압박과 협상에 공조해야만 미·북 회담이 과거와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북 회담이 열릴 경우 또다시 중국이 미국에만 모든 책임을 미루고 2선으로 물러나 앉게 되면 북한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앞으로 북한이 유엔 결의안과 국제사회 이행 조치에 반발하면서 3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역사는 그런 뒤에 반드시 협상 국면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결 상황에서 한·미 공조를 유지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러나 갑자기 국면이 바뀔 경우 한·미 공조가 쉽지만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대북 제재는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치밀한 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북 회담이 발전하면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사실상의 핵 군축회담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