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시중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향후 경제, 환경 문제를 고려하면 우리의 핵연료재처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시중 전(前) 장관, 평화적 핵(核)재처리 권리 주장
"사용후 핵연료 1만t 쌓여 몇년 후엔 재앙 될 수도…
핵주권 주장은 역효과"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경제·산업 목적으로 최소한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요구하는 것이다. 재처리를 못함으로써 생기는 핵폐기물 문제는 몇년 안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김영삼 정부에서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김시중(金始中) 전 장관은 6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순수성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 20여년간 노력해 왔고, 이제 국제사회도 이를 인정해줄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장관은 1997년에도 YS정부 고위직 출신들의 모임인 '마포포럼' 멤버들과 함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하며 평화적 목적의 재처리 권한을 인정받기 위한 물밑 작업을 벌였다.
김 전 장관은 "고리·월성·영광·울진 등 4개 지역 원자력발전소 20기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가 현재 1만t 넘게 창고에 쌓여 있고, 2016년 이후에는 발전소마다 포화상태에 이르게 돼 있지만 우리는 이를 재사용하기는커녕 손도 댈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의 재처리 권한 요구는 1992년 남북 간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북한이 이미 두 차례나 핵실험을 하는 등 먼저 약속을 깼기 때문에 그때 선언을 불변의 진리처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마침 2012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미국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고도 했다. 일본은 수십년에 걸쳐 기술·정치·외교적 노력을 해온 결과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등 원자력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자율 실험·연구를 포괄적으로 허용받았다.
김 전 장관은 또 "우리 과학 기술자들은 이미 사용 후 핵연료를 핵확산 우려 없이 고준위폐기물과 재활용이 가능한 우라늄·플루토늄으로 구분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최신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안심하지 못한다면 사용 후 핵연료를 외국에서 재처리해 다시 반입하는 방법 등을 먼저 추진하는 등 단계적 방법을 거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 장관은 그러나 정치권 등 일각에서 '핵무장'을 언급하거나 감정적 차원에서 '핵주권 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했다. "형식적으로는 핵주권 회복이 맞지만 이런 논쟁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국제사회에 '한국이 결국은 북한처럼 핵무기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구나'라는 의구심만 키우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협정 등을 통해 우리가 기술 이전을 받는 등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빼앗긴 주권 회복' 등의 감정적 용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직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확대'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