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 재처리 허용' 청와대에 공식 요구
한(韓)·미(美)간 논의될 듯
한나라당이 우리나라의 핵연료 주기 완성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16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정부를 압박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의장 김성조 의원)는 12일 "한미원자력협정에 규정된 '핵연료 재처리 금지' 내용을 개정해 줄 것을 청와대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구식 제6정조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연료 재처리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미국과의 협상 물꼬를 터달라는 요청을 정부 당국에 하기로 오늘 정책위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며 "오는 15일 열리는 고위 당정회의에서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산발적으로 핵 주권 회복을 요구한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날 발표는 여당 내 책임 있는 기구가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최 위원장은 "핵연료 재처리 금지는 과거에도 '지나친 포기'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평화적 핵 주권을 갖는다는 의미 외에도 경제적·환경적으로도 재처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주장을 들고 나온 데는 "당연한 우리의 권리를 방기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이날 발표는 사실상 한나라당 전체의 뜻"이라며 "당으로서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저러는데 우리는 왜 손발을 묶고 있느냐'는 국민 정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정책위가 건의하는 정도의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 관계자는 "조만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가 양국 간에 논의될 것으로 안다"며 "이 협상에서 우리 정부 쪽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도 원자력 협정 개정을 시도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2012년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주권에 관한 문제도 심각하게 협의돼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이런 요구가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국제사회가 핵무기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재처리에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고,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더욱 고조시킬 위험성도 있다는 점 등을 정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