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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개혁과 도전 변수들

화이트보스 2009. 7. 2. 10:58

국방개혁과 도전 변수들

입력 : 2009.07.01 23:16

지난 2004년 3600여명의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됐을 때 군 당국이 가장 고심했던 현안 중의 하나가 우리 군에 제대로 된 차륜형(장륜형) 장갑차가 없다는 점이었다. 무한궤도(캐터필러)가 달린 국산 K-200 장갑차는 있었지만 아르빌과 같은 도심지에서의 치안유지 또는 정찰작전에 유용한 바퀴 달린 차륜형 장갑차를 우리 군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인도네시아에 경찰용으로 수출됐던 경(輕)장갑차를 개조한 '바라쿠다' 장갑차를 부랴부랴 만들어 배치했다. 바라쿠다는 현재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장갑과 무장이 약해 위험한 시가지 정찰작전을 나갈 때는 다른 파병국 장갑차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군이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IED(급조폭발물) 또는 지뢰에 대한 장갑차량 확보다. 반군과 탈레반이 포탄이나 폭탄을 개조해 만든 사제(私製) 폭발물인 IED와 지뢰에 의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은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110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라 불리는 특수 장갑차량 7700여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이 같은 상황이 머지않은 장래에 한반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정권 붕괴 등으로 인한 내전 등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 때문에 북한 지역 내에서 우리 군이 안정화(치안유지) 작전을 펴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다수의 병력과 반군의 테러 공격에 대비한 장갑차량 등 각종 장비가 필요하게 된다.

지난 1월 미 외교위원회(CFR)가 발간한 '북한 급변사태의 대비' 보고서는 "미국 국방과학위원회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총 46만명의 (치안유지) 병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이라크의 미군 병력보다 무려 3배가 많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정안은 오는 2020년까지를 상정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만들어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 미흡했던 북한 핵·미사일·특수부대 등 북한 비대칭 위협 대처 방안 등이 보완됐다.

하지만 앞으로 11년 동안 이 같은 국방개혁에 도전하는 중대 변수가 갑자기 또는 뜻하지 않게 나타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보통 새 무기를 도입하고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5~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5년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비를 서두를 필요성이 제기된다.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군의 개입 가능성에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2012년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및 한미 연합사 해체, 중국·일본의 해·공군력 증강 등 주변국의 첨단 군사력 강화 등도 국방개혁에 영향을 끼칠 중대 변수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수는 통수권자 등 권력 핵심부와 군 수뇌부의 개혁의지,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아닐까. 안보를 소홀히 하는 통수권자가 나타난다면, 군 수뇌부의 뼈를 깎는 개혁의지가 없다면, 국방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국방개혁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예비군 동원훈련 기간을 2박3일에서 4박5일로 늘리기로 한 데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는 데서 나타나듯이, 국민들의 지지와 협력이 없어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도전 변수들을 극복하고 국방개혁이 제대로 이뤄져 향후 10여 년 내에 한국군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