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는 차(車) 연구시작
경주용차 엔진 성능이면 이륙에는 어려움 없어
자동차·IT 기술력 있는 우리나라가 도전해볼 만
우리나라에서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 시대가 열릴까.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단계지만 지난 3월부터 '개인용 항공기(PAV·Personal Air Vehicle)' 연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대성 항공연구본부장은 20년 후엔 비행 자동차 수요가 전체 자동차 수요의 3%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술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아
지난 3월 5일 미국 뉴욕주 플래츠버그(Plattsburgh) 국제공항에선 실제로 달리는 자동차가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 미국 테라퓨지아(Terrafugia)의 비행 자동차였다. 얼핏 비행기와 같지만 이 비행 자동차 날개는 도로를 달릴 땐 반으로 꺾인 다음 옆으로 착 달라붙어 자동차 형태로 변한다.
현재 비행 자동차 기술이 가장 발전한 곳은 미국이다. 민간 벤처기업들의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 개인 비행기 애호가 등의 수요도 많아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유럽에선 네덜란드가 헬리콥터 모양의 회전날개가 붙은 비행 자동차를 개발 중이고, 이스라엘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 'X-Hawk' 등을 내놓는 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대성 본부장은 "우리의 비행 자동차 개발을 위한 기술력은 미국, 유럽 등 선발 주자들의 80% 수준으로, 10년 정도 격차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동차 기술도 발전됐고, IT 기술도 발전했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스마트로봇센터의 윤광준 교수는 "(20년 후 비행 자동차 수요가 전체의 3%를 차지할 것이란 예측은) 허황하지 않다"며 "비행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10~15년 내에 시제품을 내놓을 수 있고, 20년 후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하늘로 뜨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했다. 비행 자동차는 날개가 양옆으로 길게 붙은 일반 비행기 모양의 고정익(固定翼)형과 지붕에 헬리콥터처럼 회전 날개를 붙인 회전익(回轉翼)형이 있다. 고정익의 경우 하늘을 뜨는 원리는 일반 비행기와 다르지 않다. 달리면서 날개에 양력을 얻어 하늘을 나는 것이다. 건국대 윤광준 교수는 "소형 경항공기와 마찬가지로 비행 자동차도 시속 100~120㎞로 활주로 1.5~2㎞ 정도만 달리면 뜰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선 프로펠러와 같은 동력 추진장치가 따로 있어야 한다.
회전익의 경우 네덜란드의 'PAL―V Europe BV'에서 2011년 시판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3륜 자동차 윗부분에 헬리콥터 모양으로 회전날개를 달아 놓은 모양새를 기본으로 했다.
- ▲ 얼마 전 호주 시드니의 한 전시회에 나온 하늘을 나는 자동차 ‘스카이카(Skycar)’의 시제품. 수직 이착륙과 최대 시속 500㎞가 가능하다고 개발사인 몰러 인터내셔널(Moller International)은 말했다./AFP
항공 전문가들은 기술 개발에 어려운 점으로 ▲긴 날개 처리 방법 ▲차체 경량화 ▲동력 분산 기술 등을 들었다.
고정익이든 회전익이든 달리는 자동차에 긴 날개는 처치 곤란할 수 있다. 날개를 반으로 접었다 펴는 기술은 비행시 안전상 문제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차체도 초경량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경주용 차체 등에 응용되는 탄소 소재 복합재료 등을 이용해 가벼운 몸체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비싸다는 점이 흠이다.
하늘을 날 때와 달릴 때로 구분해 안정적으로 프로펠러와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것도 난제 중 하나다. 날아갈 때 프로펠러로 가던 힘이 실수로 바퀴로 가면 결과는 '추락'이기 때문이다.
소음문제도 있다. 건국대 윤광준 교수는 "수직 이·착륙시 현재 기술로는 엔진 소음이 엄청 심하다"며 "지금도 공항 주변에서 소음 불만이 심한데, 집이나 사무실 앞에서 비행기 굉음이 매일 난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우리가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허환일 교수는 "20년 전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가 가능하다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프로젝트는 교통 체증문제 등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차세대 사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