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는 우량자산 빼먹은 빨대였다”
위클리경향 | 입력 2009.07.09 13:27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광주
대우건설 노조 주장, "인수합병 3년 만에 빈 껍데기만 남아"
"지난 3년간 금호는 우리에겐 빨대였습니다. 풍부했던 현금이나 부동산 등 자산은 어디론가 날아갔고 부채비율만 더 늘었습니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5500명 직원 사이에서 껍데기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안 나오겠습니까?"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1관에서 만난 윤진국 대우건설 노조 교육법규부장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카로웠다.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시장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손실을 따지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대우건설이라는 것이다. 오너의 잘못된 선택과 과욕이 인수그룹은 물론이고 피인수 기업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1999년 8월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주)대우 건설부문 워크아웃, 2000년 12월 (주)대우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독립 후 2003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인수, 2008년 3월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 2009년 6월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매각 결정.
금호에 현금·건물 뺏기고 빚은 늘었다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운명이 기구하다. IMF 이후 대우그룹의 공중분해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힘겨운 세월을 보내다 어렵게 새 주인을 만났지만 채 3년도 안 돼 다시 매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매번 회사 역량과는 무관하게 주인이 바뀌어 대우건설 직원들의 착잡한 심정은 더하다.
윤 부장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될 당시만 해도 현금과 부동산 등 기업자산이 풍부했으나 지난 2년6개월 동안 그룹은 대우빌딩 매각,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대우건설의 자산과 영업이익을 흔적조차 없이 날려버렸다"며 "이로 인해 많은 대우건설 임직원이 정신적·물질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지금의 대우건설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까지는 팔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2007년 핵심자산인 서울역 대우빌딩은 물론 사업성이 양호한 개별택지와 부동산 등 알짜 우량자산을 모두 내놓았다. 매각가격이 1조 원에 달했던 대우빌딩은 법인세로 4000억 원을 날렸고 그룹은 남은 대금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와 계열사들은 1546억 원을 조기 회수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 자회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우ST(현 금호ST), 맑은물지킴이(현 금호환경개발), 지오CTS(법인 소멸), 태천개발(파산) 등 대우건설의 알짜배기 자회사는 현재 대부분 사라진 상태. 금호 계열사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금호그룹에 소유권이 넘어가거나 파산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금호그룹은 상당한 매각 차익을 챙겼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풋백옵션 해소의 관건인 주가를 올리기 위해 대우건설이 무리하게 수주 확대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는 점도 대우건설로서는 상처다. 안산시에 대규모 지하도시를 개발하는 부대사업을 제안해 사업자로 선정된 '소사~원시 철도 임대형민자사업(BTL)'이 대표적으로 그 사업성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대우건설의 현황은 실적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06년 인수 당시 매출액은 5조7291억 원. 지난해 매출액이 6조5777억 원이니 외형면에서는 조금 커진 셈이다. 그러나 성장률에선 다른 양상이다. 인수 전 4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13.5%에 달했지만, 인수 이후 2년간 매출 신장률은 7%에 그쳤다. 매출 이익 증가율도 이전 평균은 19%였지만 2007년 -4%, 2008년 -21%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채 역시 상황이 악화했다. 워크아웃 졸업 당시 179%, 인수 당시 119%까지 떨어졌던 부채율은 2008년 182%, 올해 1분기엔 207%까지 불어났다. 이 기간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상당한 등락폭인 것이다. "결국 재매각되는 대우건설에 남은 것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자산 대신 사람·기술·노하우밖에 없다"는 말과 함께 이른바 '빨대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대우건설 덕분에 금호건설은 산다?
이와 반대로 그룹 내 건설부문은 대우건설의 '간판 덕'을 봤다는 평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선 손해는 봤지만 다 잃은 건 아니라는 게 시장 반응. 대우건설과 같이 하면서 사업 역량 증대 등의 시너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금호산업의 경우 올 들어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등 1조 원의 공공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금호산업이 거둔 공공공사 수주 실적이 94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어난 실적. 이는 대우건설과 전략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전체에서 공공부문 수주 1조 원을 넘어선 대형 건설사가 4∼5곳에 불과한 것을 봐도 금호산업으로서는 일취월장한 셈이다. "인수·합병 이후 대우건설의 많은 프로젝트가 지분을 쪼개 금호산업에 넘어갔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언. 지분을 양보한 만큼 대우건설의 수익이 줄었음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그룹과 대우건설 측은 "현재 현금유동성만 해도 70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부산밀레오레, 천호동 베네시티 등 물적 재산도 여전하다"며 "껍데기만 남았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대우건설을 앞세웠다는 지적은 맞지만 지분 46만 주(24%)는 어디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호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주인 없고 현금(현금화) 자산이 많은 기업에 대해 M & A를 시도한다"며 "두산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수대금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금호 측이 무리하면서 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현금자산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당시 부실기업을 상당수 관리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일종의 장사를 한 것으로, 인수자금이 낮더라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규모와 능력을 갖춘 그룹에 대우건설을 맡겼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정부는 '혈세 환수'라는 명분으로 '최고가 매각'을 주도했다.
노조를 비롯해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대우건설을 계열분리키로 한 이상 즉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영공백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도 촉구하고 있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위해 고가매각이나 사업부문 분리매각 등 비정상적인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각 지연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한다면 필연적으로 대우건설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전 임직원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 결정 이후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대우건설 공동 매각주간사로 빠르게 선정하는 등 그룹이나 대우건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지난 3년간 금호는 우리에겐 빨대였습니다. 풍부했던 현금이나 부동산 등 자산은 어디론가 날아갔고 부채비율만 더 늘었습니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5500명 직원 사이에서 껍데기만 남았다는 이야기가 안 나오겠습니까?"
↑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을 신속히 진행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나 대우건설의 상처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1위 건설업체로서 시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자체 평가다. 대우건설 노조 사무실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조득진 기자>
1999년 8월 대우그룹 구조조정으로 (주)대우 건설부문 워크아웃, 2000년 12월 (주)대우에서 인적분할 방식으로 독립 후 2003년 12월 워크아웃 졸업, 2006년 1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인수, 2008년 3월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 2009년 6월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매각 결정.
금호에 현금·건물 뺏기고 빚은 늘었다
국내 최대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운명이 기구하다. IMF 이후 대우그룹의 공중분해로 워크아웃에 들어가 힘겨운 세월을 보내다 어렵게 새 주인을 만났지만 채 3년도 안 돼 다시 매물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매번 회사 역량과는 무관하게 주인이 바뀌어 대우건설 직원들의 착잡한 심정은 더하다.
윤 부장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될 당시만 해도 현금과 부동산 등 기업자산이 풍부했으나 지난 2년6개월 동안 그룹은 대우빌딩 매각, 유상감자, 고배당 등으로 대우건설의 자산과 영업이익을 흔적조차 없이 날려버렸다"며 "이로 인해 많은 대우건설 임직원이 정신적·물질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지금의 대우건설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8년까지는 팔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2007년 핵심자산인 서울역 대우빌딩은 물론 사업성이 양호한 개별택지와 부동산 등 알짜 우량자산을 모두 내놓았다. 매각가격이 1조 원에 달했던 대우빌딩은 법인세로 4000억 원을 날렸고 그룹은 남은 대금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와 계열사들은 1546억 원을 조기 회수할 수 있었다.
대우건설 자회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우ST(현 금호ST), 맑은물지킴이(현 금호환경개발), 지오CTS(법인 소멸), 태천개발(파산) 등 대우건설의 알짜배기 자회사는 현재 대부분 사라진 상태. 금호 계열사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금호그룹에 소유권이 넘어가거나 파산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금호그룹은 상당한 매각 차익을 챙겼다는 게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풋백옵션 해소의 관건인 주가를 올리기 위해 대우건설이 무리하게 수주 확대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는 점도 대우건설로서는 상처다. 안산시에 대규모 지하도시를 개발하는 부대사업을 제안해 사업자로 선정된 '소사~원시 철도 임대형민자사업(BTL)'이 대표적으로 그 사업성은 아직 검증된 바 없다.
대우건설의 현황은 실적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06년 인수 당시 매출액은 5조7291억 원. 지난해 매출액이 6조5777억 원이니 외형면에서는 조금 커진 셈이다. 그러나 성장률에선 다른 양상이다. 인수 전 4년 평균 매출 증가율은 13.5%에 달했지만, 인수 이후 2년간 매출 신장률은 7%에 그쳤다. 매출 이익 증가율도 이전 평균은 19%였지만 2007년 -4%, 2008년 -21%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부채 역시 상황이 악화했다. 워크아웃 졸업 당시 179%, 인수 당시 119%까지 떨어졌던 부채율은 2008년 182%, 올해 1분기엔 207%까지 불어났다. 이 기간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도 상당한 등락폭인 것이다. "결국 재매각되는 대우건설에 남은 것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자산 대신 사람·기술·노하우밖에 없다"는 말과 함께 이른바 '빨대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대우건설 덕분에 금호건설은 산다?
이와 반대로 그룹 내 건설부문은 대우건설의 '간판 덕'을 봤다는 평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선 손해는 봤지만 다 잃은 건 아니라는 게 시장 반응. 대우건설과 같이 하면서 사업 역량 증대 등의 시너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금호산업의 경우 올 들어 상반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등 1조 원의 공공공사를 수주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금호산업이 거둔 공공공사 수주 실적이 94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어난 실적. 이는 대우건설과 전략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시너지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전체에서 공공부문 수주 1조 원을 넘어선 대형 건설사가 4∼5곳에 불과한 것을 봐도 금호산업으로서는 일취월장한 셈이다. "인수·합병 이후 대우건설의 많은 프로젝트가 지분을 쪼개 금호산업에 넘어갔다"는 게 건설업계의 전언. 지분을 양보한 만큼 대우건설의 수익이 줄었음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그룹과 대우건설 측은 "현재 현금유동성만 해도 70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고 부산밀레오레, 천호동 베네시티 등 물적 재산도 여전하다"며 "껍데기만 남았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통운 인수 과정에서 대우건설을 앞세웠다는 지적은 맞지만 지분 46만 주(24%)는 어디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신범철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호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주인 없고 현금(현금화) 자산이 많은 기업에 대해 M & A를 시도한다"며 "두산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수대금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금호 측이 무리하면서 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현금자산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또 "당시 부실기업을 상당수 관리하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일종의 장사를 한 것으로, 인수자금이 낮더라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규모와 능력을 갖춘 그룹에 대우건설을 맡겼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정부는 '혈세 환수'라는 명분으로 '최고가 매각'을 주도했다.
노조를 비롯해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대우건설을 계열분리키로 한 이상 즉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영공백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도 촉구하고 있다.
김욱동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위해 고가매각이나 사업부문 분리매각 등 비정상적인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매각 지연을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한다면 필연적으로 대우건설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전 임직원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 결정 이후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을 대우건설 공동 매각주간사로 빠르게 선정하는 등 그룹이나 대우건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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