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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원조를 끊자"

화이트보스 2009. 7. 9. 16:37

아프리카 원조를 끊자"

입력 : 2009.07.08 22:18 / 수정 : 2009.07.08 23:25

아일랜드의 세계적인 록그룹 'U2'의 리드싱어인 보노는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를 찾아간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각국 저명인사들을 상대로 아프리카의 기아·빈곤추방을 위한 모금행사를 열기 위해서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선 델컴퓨터 창업자인 마이클 델 회장이 보노와 함께 나타나 델컴퓨터 판매 수익의 일부를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 사업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잠비아 출신으로 골드만 삭스에 근무하던 담비사 모요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날 행사장의 유일한 아프리카인이었다.

▶모요는 올 초 "아프리카 원조(援助)가 아프리카의 항구적 빈곤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을 냈다. 아프리카에 대한 끝없는 원조가 서구에 대한 의존성만 키웠고 부패를 조장해 오히려 경제성장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보노 같은) 저명인사들이 아프리카를 위해 모금한 수백만 달러가 누구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지 아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녀에겐 '안티 보노'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60년 동안 아프리카에 대한 공적·사적 원조자금은 3조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1970년대엔 아프리카 인구의 10% 미만이 극빈층이었지만 지금은 사하라 이남 인구의 70%가 하루 2달러 이하로 연명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원조가 아프리카인의 자립의지를 훼손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모요의 주장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서서히 줄여 5년 내에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했다.

▶모요의 책 '죽은 원조(Dead Aid)'는 아프리카 원조를 둘러싼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시켰다.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정확한 지적"이라며 각료들에게 그녀의 책을 돌렸다. 반면 보노와 함께 아프리카 원조에 앞장서고 있는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는 "말라리아와 에이즈 퇴치를 위한 구호활동으로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한 게 잘못이라는 것이냐"며 반박했다.

▶모요도 인도주의적 원조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모기장을 지원해주기보다는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 모기장을 만들도록 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거액의 원조자금을 보낼 게 아니라 인터넷 웹사이트 키바(kiva.org)를 통해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25달러의 창업 자금을 빌려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공감할 만한 주장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