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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함마르비

화이트보스 2009. 7. 14. 13:27

생태도시 함마르비

입력 : 2009.07.13 23:41 / 수정 : 2009.07.14 08:49

맛있는 음식도 며칠 계속 먹으면 질린다. 물질 소비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경제학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질리는 것이다. 생태, 경관, 자연은 다르다. 좀체 싫증이 나지 않는다. 깨끗한 공원과 개울이 있는 동네에 살면서 진력난다는 사람은 없다. 좋은 환경은 내가 그런 환경에서 산다고 해서 남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드는 제로섬 성격도 아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나누며 즐길 수 있다.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스톡홀름 외곽 함마르비시(市)에서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다. 함마르비는 영국 가디언지(紙)가 "생태도시 올림픽이 열리면 모든 기록을 깰 것"이라 했던 곳이다. 함마르비는 스톡홀름 남쪽, 호수 건너편에 있다. 오염된 공장지대를 1992년부터 생태계획도시로 재개발했다. 에너지와 생태 부하(負荷)를 다른 지역의 절반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지금도 물 사용량이 1인당 하루 150L로 서울(324L)의 반이 안 된다.

▶함마르비엔 호수로 연결되는 실개천이 구석구석 뻗어 있다. 실개천 옆으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카페, 레스토랑이 그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시민들은 보통 노면(路面)전차를 타고 다닌다. 도심에 자동차를 몰고 나와 봐야 시속 9㎞ 이상 달릴 수가 없다. 스톡홀름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페리를 타고 호수를 건넌다. 하수 처리 부산물인 바이오가스로 버스를 움직이고, 쓰레기를 처리할 때 나오는 메탄가스는 난방·발전 연료로 쓴다.

▶면적 2㎢(60만평)밖에 안 되는 함마르비가 세계적 에코도시의 브랜드를 쌓아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쓰레기 진공흡입장치를 보고 감탄했던 듯싶다. 용인 수지2지구에도 있는 이 장치는 집 앞 투입구에 쓰레기를 넣으면 진공흡입방식으로 저절로 이송되는 시설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신도시에도 (함마르비 모델을) 적용하는 걸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소비는 수요의 소득탄력성이 높다고 한다. 잘살게 될수록 더 찾는다는 얘기다. 욕구가 커지면 그 커진 욕구를 충족시킬 때 만족도도 상승한다. 좋은 경관, 훌륭한 생태는 내구성(耐久性)도 길다. 처음엔 비용이 제법 들겠지만 한번 만들어 놓으면 오래오래 만족을 준다. 기본적인 물질 욕구가 충족된 단계에 도달하고 나서는 함마르비처럼 환경재(財), 생태재(財)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게 국민의 행복도를 더 높여줄 수 있다. 그런 생태도시를 갖는 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고 국민 자존심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