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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괄적 패키지 시동 거는 시점… 꼭 오보(誤報)만은 아니다"

화이트보스 2009. 7. 22. 11:39

정부 "포괄적 패키지 시동 거는 시점… 꼭 오보(誤報)만은 아니다"

입력 : 2009.07.22 03:02

FT '400억달러 북(北)지원' 착각인가, 천기누설인가
원래 이(李)대통령 공약사항 골드만 삭스 보고서가 인용 "이(李)대통령 내달 발표" 소문도

외국 유력언론의 '착각'에서 비롯된 '대규모 북한지원 패키지' 보도가 결과적으로 천기(天機)를 누설한 셈이 된 것일까. "한국이 북한을 핵협상에 복귀시키기 위해 400억달러 대북원조 기금안을 마련했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21일 보도에 대해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대선공약을 정부의 현재 방침으로 오해한 데서 빚어진 오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론 "장기적으론 꼭 틀린 얘기라고 할 수도 없다"는 묘한 반응을 보였다. 한 핵심 관계자는 보다 솔직한 얘기를 했다.

"북한과의 협상 대상을 모두 테이블로 올려 놓고 한번에 타결한다는 '포괄적 패키지' 방안이 한·미 간에 공감대가 이뤄짐에 따라 북이 핵을 완전 포기했을 때 북에 제공할 당근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그 목록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비핵·개방 3000 구상이 골격을 이룰 수밖에 없다. 이 구상이 국제적으로 시동을 거는 시점에서 묘하게 FT 보도가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 내에선 이 구상이 대통령의 8·15 기념사 형태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은밀하게 돌고 있는데, 그 깜짝 보따리의 뼈대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외신에 보도되자 부인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FT 보도의 요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한다는 전제로 400억달러짜리 '당근'을 마련했으며, 이 지원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 그리고 각국 정부의 투자를 받아 조성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보도의 진원지는 미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였다. 외교부와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6일 정부와 골드만 삭스 관계자들이 북핵문제 현황과 정부의 대처방향에 대해 전화회의를 했다. 우리측에선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400억달러'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 회의 내용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내용을 붙임 자료로 함께 보냈는데 마치 그 회의에서 '400억달러'가 논의된 것처럼 오해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왼쪽)가 협상 가능한 모든 대상을 한꺼번에 타결하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새로운 구상인 ‘포괄적 패키지 전략’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20일 외교부를 방문한 캠벨 차관보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대북지원기금 400억달러'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놨던 아이디어다. 이 대통령은 '비핵·개방 3000 구상'에서 400억달러 국제협력자금 조성 외에 300만달러 수출기업 100개 육성, 철도와 도로 건설, 30만 산업인력 양성 등을 5대 중점 분야로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본격적인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한다면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설치해 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일도 있다.

FT의 '400억달러 지원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지난 주말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포괄적인 패키지' 구상을 새로운 대북 접근법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 구상이 이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먼저 제시해 공감을 얻은 방식"이라고 밝혔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은 20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출국하면서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서는 미국과 큰 틀에서만 이야기했다"며 "아직 구상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방안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한·미가 포괄적인 패키지의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FT 보도처럼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북 지원 패키지를 논의하다 보면 국제금융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400억달러 지원 아이디어가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400억달러는 전문가들이 북한 경제 회복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규모라고 판단한 결과 나온 액수"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로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국제기구 등을 통한 기금조성은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가 조율해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므로 북한이 거부감을 덜 느끼는 지원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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