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 못하게 하는 중국
노컷뉴스 | 입력 2009.07.22 10:03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대전
[베이징=CBS 김주명 특파원]
지난 2003년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순즈강(孫志剛)이라는 청년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수용자 시설로 끌려간 뒤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단지 임시거주증이 없다는 이유로 끌려가 폭행으로 숨진 이 사건을 당국은 심장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은폐하려 했으나 부검의를 취재한 한 언론사의 취재로 진상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 인권의식을 일깨운 큰 전환점이 됐다.이 사건을 계기로 쉬즈융(許志永)등 베이징대 법학박사 3명과 민권변호사가 "양광(陽光.햇볕)헌정"이라는 인권단체를 만들었고 2년 뒤 이름을 '공멍(公盟)'으로 개명했다.
NGO 등록이 어려운 중국의 여건으로 인해 공상부에 회사 형식으로 등록한 사실상의 대표적인 인권NGO였다. 이후 공멍에는 많은 뜻있는 변호사와 지식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지원과 인권보호활동을 벌여왔다.
순지강 사건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은 언론사 대표에 대한 변론과 지난해 멜라민 분유파동과 관련한 소송, 얼마 전 성폭행 하려던 관료를 칼로 찔러 살해한 여성 안마사에 대한 무료변론도 이들이 담당했다.
무료 변론 이외에도 이들은 인권과 관련한 제도개선과 수용시설 재소자 처우개선문제, 철거민 문제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 당국이 이 '공멍'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지난 14일에는 베이징시 조세국에서 공멍이 미국 예일대로부터 받은 후원금과 관련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142만위안(약 2억6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탈세의 경우 50%에서 최고 500%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 이 단체에는 가장 높은 500%의 비율을 적용했다. 거액의 세금으로 단체의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이 공멍이 운영하는 법률연구소가 정식 등록이 안됐다며 컴퓨터를 압수하고 연구소를 폐쇄시켰다. 공멍측은 산하 연구센터의 경우 별도의 등록절차가 필요없는데도 당국이 불법적으로 컴퓨터를 압수하고 사무실을 수색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단체에 소속된 변호사 가운데 50여명도 최근 이런 저런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했다.
중국 당국의 공멍 탄압에 네티즌과 지식인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멍이 사회변혁을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력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법치를 하자고 하고 인권과 정당한 권리를 지키자는 것인데도 이를 용인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는 것이다.
당내에서조차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사회문제연구센터 위젠롱(于建嶸)주임은 "공멍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비애"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사회에 대한 지나친 통제를 하거나 이미 구시대적인 '국가전능주의'를 견지하면서 헌법에 부여된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인정할 용기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의 치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중국 관영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면서 공멍에 후원금을 내겠다는 네티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당국의 탄압을 이겨내고 공멍이 계속 존재할 수 있다면 이는 중국 민주화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jm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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