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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호수의 물이 신시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정부는 새만금 지역을 산업·관광·레저·국제업무 기능이 합쳐진 명품 복합도시로 건설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 |
23일 정부가 발표한 ‘새만금 종합 실천계획’은 2020년 1단계 공사가 끝나는 새만금 사업의 마스터플랜이다. 새만금 방조제 사업을 시작한 지 18년 만에 나온 밑그림이다. 새만금 사업은 만경강·동진강 하구와 갯벌을 막아 2만8300㏊의 농지와 1만1800㏊의 담수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1991년 공사가 시작됐다. 농업용지는 우여곡절 끝에 30%로 줄었다. 쌀 수요가 줄어드는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우선 새만금 국제 신항만의 산업용지와 국제업무용지, 변산반도 북쪽의 관광·레저용지를 아우르는 6700㏊ 규모의 ‘명품 복합도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도시의 디자인으로는 세 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앙부의 링을 중심으로 국제업무·레저휴양·외국인투자(FDI) 산업 등 3개 기능을 배치하는 형태의 ‘샤-링(Sha-Ring) 도시’ ▶달의 궤적을 형상화해 국제업무·FDI지구와 관광레저지구를 나눠 설치하는 ‘풀문(Full Moon) 도시’ ▶낮은 수심지역을 중심으로 국제업무 기능을 배치하는 ‘델타(Delta) 도시’ 등이다.
새만금을 명품 도시로 개발하려면 호수의 수질(현재 5급수) 개선이 중요하다. 관광·레저타운이 되려면 2~3급의 수질이 유지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영길 새만금개발팀장은 “친수(親水)공간 개발을 위해서는 수질 개선이 중요한데,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농업용수에 쓰는 것을 전제로 새만금호의 수질 목표를 4급수로 정하고 각종 대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2006년 4월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바닷물 유통을 막았으나 수질이 악화되자 바닷물이 드나들게 했다. 담수호를 만든다고 해수 유통을 계속 막았다가 제2의 시화호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만경강·동진강 물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만경강이 그렇다. 그래서 2020년까지 지금처럼 바닷물을 계속 드나들게 해 수질 악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각종 수질 개선 대책으로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을 2~3급수로 끌어올린 뒤 그때 가서 담수호로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하려면 수질 개선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야 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최지용 박사는 “기존 대책과 추가 대책, 만경강·동진강 하천 정비사업 등을 모두 동원한다면 2급수는 몰라도 담수호 수질을 3급수로 끌어올릴 수는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윤승준 물환경정책국장은 “수질이 담보 안 되면 개발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목표 수질이 충족될 때까지는 (바닷물을 계속 유통시키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담수호 조성과 수질 개선에 막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지역시스템공학부 박승우 교수는 “농지비율이 30%로 줄어들면서 농업용수 수요도 연간 3억㎥에서 1억5000만~2억㎥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며 “호수를 나눠 농업용수로 쓰이는 부분은 4급수로, 친수공간은 3급수 정도로 개선한다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