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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렇게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

화이트보스 2009. 7. 24. 13:24

[사설] 이렇게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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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23 23:22

작년 5월 3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18대 국회는 국회 문을 여는 데만 82일이 걸렸다. 국회 상임위원장과 위원들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가 싸웠던 국회 원(院) 구성 문제의 본질은 자리다툼이다. 어느 정당이 무슨 상임위원장을 맡을지를 둘러싼 싸움을 벌이느라 국회 문을 82일이나 닫아걸어 놓고도 의원들은 월급에 해당하는 세비(歲費)는 꼬박꼬박 받아갔다.

이렇게 출발한 18대 국회에선 여야의 의견이 맞선 쟁점법안이 협상을 통해 타결되거나 정상적 표결로 처리된 경우가 거의 없다. 작년 9월 소집된 첫 정기국회부터 이번 임시국회까지 파행과 난투극은 18대 국회를 상징하는 코드처럼 돼 버렸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도 법으로 정해진 처리 시한을 열흘이나 넘긴 뒤에 야당이 몸으로 막는 가운데 한나라당자유선진당만이 참석해 통과됐다. 나라 전체가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또 한번 IMF 사태 같은 경제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여야는 예산안조차 합의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18대 국회 들어 여야 협상은 쟁점을 타결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여당의 단독 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위한 사전 포석처럼 여겨지면서 늘 겉돌았다. 형식적인 여야 협상이 끝나면 여당은 여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국회 상임위 절차를 생략한 채 본회의에서 법안을 바로 처리할 수 있게 직권 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야당은 국회 절차를 보이콧하면서 농성을 벌였다. 여당은 소수 야당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야당은 극한 투쟁이란 구시대적 발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 과정에서 헌법 49조에 규정된 '다수결에 따른 국회 운영'이란 기본 원칙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초 6월 1일 시작됐어야 할 이번 국회는 한달 반 가까이 공전된 끝에 지난 12일 시작됐다. 그 사이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운명이 걸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여야 협상도 없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그에 따라 매일 수백, 수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여야가 지난해 말부터 싸워온 미디어 관련법은 격렬한 몸싸움 끝에 사실상 여당의 단독 처리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국회 출입증이 없는 언론노조원 100여명이 국회 본청에 무단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는 상대 당 의원들이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의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전자투표기에서 찬성과 반대 버튼을 마구 눌렀다는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낯 뜨거운 논란이나 벌이고 있는 것이 18대 국회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