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출발한 18대 국회에선 여야의 의견이 맞선 쟁점법안이 협상을 통해 타결되거나 정상적 표결로 처리된 경우가 거의 없다. 작년 9월 소집된 첫 정기국회부터 이번 임시국회까지 파행과 난투극은 18대 국회를 상징하는 코드처럼 돼 버렸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도 법으로 정해진 처리 시한을 열흘이나 넘긴 뒤에 야당이 몸으로 막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만이 참석해 통과됐다. 나라 전체가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또 한번 IMF 사태 같은 경제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여야는 예산안조차 합의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다.
18대 국회 들어 여야 협상은 쟁점을 타결하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여당의 단독 처리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위한 사전 포석처럼 여겨지면서 늘 겉돌았다. 형식적인 여야 협상이 끝나면 여당은 여당 출신 국회의장에게 국회 상임위 절차를 생략한 채 본회의에서 법안을 바로 처리할 수 있게 직권 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야당은 국회 절차를 보이콧하면서 농성을 벌였다. 여당은 소수 야당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야당은 극한 투쟁이란 구시대적 발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 과정에서 헌법 49조에 규정된 '다수결에 따른 국회 운영'이란 기본 원칙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초 6월 1일 시작됐어야 할 이번 국회는 한달 반 가까이 공전된 끝에 지난 12일 시작됐다. 그 사이 수백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운명이 걸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여야 협상도 없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그에 따라 매일 수백, 수천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여야가 지난해 말부터 싸워온 미디어 관련법은 격렬한 몸싸움 끝에 사실상 여당의 단독 처리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국회 출입증이 없는 언론노조원 100여명이 국회 본청에 무단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는 상대 당 의원들이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의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전자투표기에서 찬성과 반대 버튼을 마구 눌렀다는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이런 낯 뜨거운 논란이나 벌이고 있는 것이 18대 국회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