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신(新)사업에 씨뿌리기" 한진해운은 돼지분뇨 재처리
LS전선은 하이패스 시장에… 웨딩·교육업 진출 대기업도 과거 '마구잡이식 확장'은 곤란
'신(新)사업 진출하는 기업들'
케이블 제조업체 LS전선은 22일 하이패스 단말기 신제품을 내놓고 국내 하이패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기업이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서비스나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 전문 기업인 LS전선이 처음으로 출시한 소비재. 박의돈 LS전선 통신사업부장은 "하이패스 단말기에 이어 지능형 교통 시스템(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운전자에게 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것) 구축 사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라며 "현재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지능형 교통망 시장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대기업들이 '돈이 되는 곳'을 찾아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운회사가 바이오 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고, 조선회사가 영농업에 뛰어드는 식이다. 1990년대 '문어발식' 확장의 후유증을 체험했던 대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밀접한 범위 내에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오던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이 같은 흐름은 주력 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을 우려해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 사업 구조가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 치우친 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 LS전선이 지난 22일 내놓은 하이패스 단말기제품./LS전선 제공
한진해운은 8일 전북 부안군에 돼지 분뇨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돼지 8700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인근 농장에서 하루 발생하는 분뇨 50t을 공급받아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열에너지로 활용, 음식 폐기물을 말려 비료로 만든다. 분뇨에 섞여 있는 수분은 정화해 축사의 세척수 등으로 쓸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며 "돼지 분뇨 재처리 사업을 시작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 한진해운이 8일 전북 부안에 문을 연 돼지 분뇨 재처리 시설. 한진해운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한진해운 제공
- ▲ 현대중공업이 최근 인수한 러시아 연해주 농장에서 현지 근로자가 대형 농기계를 이용해 씨를 뿌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곳에서 옥수수와 콩을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녹색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현대중공업 제공
대기업들이 새롭게 진출하는 분야는 IT나 녹색 사업처럼 '블루오션형'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의 마케팅 파워를 살려 웨딩·교육 등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LG데이콤은 웨딩 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6월 서울에서 100여개 웨딩 전문업체들을 참여시킨 결혼박람회를 연 데 이어 이달에도 대구·수원·광주 등 지역에서 박람회를 진행했다. LG데이콤은 전문 웨딩플래너들이 고객에게 드레스·촬영·혼수·신혼여행 등 결혼 준비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센터를 서울·부산 등 전국 7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세워 웨딩 사업 부문에서 내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