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중앙일보 창간 35주년 기획]
“쾅, 쾅!” 미군 트럭 두 동강
“위생병~” 다급한 절규 속 기관총 불 뿜어
포트 어윈 육군훈련소의 이라크 시가지 훈련장에서 미군들이 폭탄 테러 대응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훈련소에는 이 같은 모의 훈련장이 18개에 이른다. 훈련소는 실감나는 전투장면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 기술과 특수 효과를 사용하고, 아랍계 미국인을 이라크인으로 분장시켰다. [미 육군 제공] | |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과 이슬람 반군 간의 총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미 육군에게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그래서 미 육군은 이곳으로 파병하기 전에 실전에 버금가는 훈련을 시킨다. 장병들은 이라크나 아프간의 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가상 전장에서 훈련받으면서 실전 능력을 키운다. 육군은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주 두 곳에 훈련소를 운영하고 있다. 미주 중앙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거리의 바스토우 인근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포트 어윈(Fort Irwin) 육군훈련소를 한국 언론 최초로 단독 취재했다. 세 차례에 걸쳐 훈련소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한다.
“쾅!” “위생병! 위생병!”
고막을 찢을 듯한 폭음이 귀를 멍멍하게 했다. 매캐한 연기는 코를 찔렀다. 비포장 도로에 매설된 이라크 이슬람 반군세력의 수제폭탄이 미군 허머 차량을 두 동강 냈다. 정찰병 두 명이 절단된 다리를 부여안고 땅바닥에서 울부짖었다. 한낮의 태양 아래 아랍 음악과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들리던 바그다드 외곽의 시골 장터는 순식간에 지옥이 됐다. 고통에 찬 비명과 도망가는 상인들로 아수라장이 된 지 2~3분이 지나자 미군 기갑부대 허머 5대와 브래들리 장갑차가 도착했다. 부상자 구출 작전이 시작됐다.
“측면 엄호! 퇴각로 확보!”
2개 분대 병력 20여 명이 부상당한 전우들을 둘러싸고 순식간에 방어막을 쳤다.
“쾅!”
포트 어윈 육군훈련소의 이라크 시가지 훈련장에서 미군들이 폭탄 테러 대응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 훈련소에는 이 같은 모의 훈련장이 18개에 이른다. 훈련소는 실감나는 전투장면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 기술과 특수 효과를 사용하고, 아랍계 미국인을 이라크인으로 분장시켰다. [미 육군 제공] | |
“A팀 엄호! B팀은 건물 수색 개시!”
미군이 건물로 진입하자 반군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20분쯤 지나 빗발치던 총탄이 잦아들 무렵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폭탄을 끌어안고 미군 트럭으로 뛰어들었다. 미군은 이 여성을 쏘아 자살폭탄 시도를 막았다.
“부상자 없음. 작전 속개!”
더 이상의 공격이 없다고 확인한 뒤 부상병 호송 차량이 도착했다. 교전에 임했던 2개 분대는 부상당한 미군을 태우고 시장을 빠져나갔다. 첫 폭격 후 30분 만의 작전 완료였다.
“그만, 거기까지!”
마치 홀린 듯 전망대 아래를 주시하던 취재기자의 눈길이 전망대에서 마이크로 작전을 지시하던 제11기갑기병연대 콜린 중령에게 향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 안 포트 어윈 육군 훈련소 내에 있는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 군인들을 교육하는 시뮬레이션 세트장이다. 콜린 중령은 “시가지 건물은 물론 상인·행인 모두 현지와 똑같이 꾸며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뜨거운 모래바람과 아랍어가 곳곳에서 들려 바그다드를 연상케 했다.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축도 등장시켰다. 세트장 이름도 아랍어로 접경도시라는 뜻을 가진 ‘메디나 와슬’이다. 훈련소에는 이 같은 훈련 세트가 18개나 있다. 이라크 사정에 어두운 병사들을 교육시켜 현지에 적응시키기 위한 것이다. 콜린 중령은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전쟁 시나리오는 행군 정찰부터 땅굴 작전까지 120여 개가 넘고, 시나리오 1개당 평균 30여 분간 작전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 “세트지만 벌어지는 상황은 실제와 차이가 없다”며 “시가지에 있는 시민들은 모두 아랍계 미국인들이고 세트 위에선 아랍어만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총 250여 명의 아랍계 미국인이 이라크 사람을 연기한다. 훈련소 관계자는 “이들은 하루 12시간씩 2주간 일하고 4500달러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육군은 세트장 마련을 위해 인력과 예산을 쏟아부었다. 현장감을 살리려고 할리우드 영화 기술을 빌려 왔다. 훈련소 측은 “세트장 건설에 미 메이저 영화사 파라마운트가 참여했고, 폭발 장면은 특수효과팀의 작품”이라며 “작전에 등장하는 이슬람 반군과 미군은 영화 ‘프레데터’나 ‘록키’에 출연했던 배우 칼 웨더스가 교육시켰다”고 밝혔다. 각 부대는 작전 종류에 따라 각 세트장에서 2주간 맞춤 교육을 받는다. 120가지의 시나리오를 섞어서 실시하기도 하고 전에 없던 상황이 마련되기도 한다. 세트장 총은 모두 장전되지 않았으나 특수 장비의 도움으로 실전과 같은 효과가 난다. 총에는 실탄 대신 레이저가 발사되고, 병사나 시민이 입고 있는 조끼나 헬기, 차량에는 레이저 발사를 감지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돼 있다. 명중됐을 때는 폭발음이 들린다.
안내 장교는 “최고의 무기는 ‘신의 총(God Gun)’이라고 불린다”며 “사병들의 훈련을 전망대에서 관리 감독하는 장교들이 든 플라스틱 권총으로 세트장에 등장하는 모든 물체를 폭발시킬 수도, 병사를 명중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의 총’은 움직임이 굼떠 부대에 위협이 되는 사병을 ‘사살’하기도 한다.
병사들은 세트장에서 현지 문화도 습득한다. 콜린 중령은 “이라크에서 초록색은 경외의 색인 만큼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기대면 모욕 행위라는 것을 알려주는 등 문화적 차이도 교육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은 절대 준비되지 않은 사병을 사지로 내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주 중앙일보 LA지사=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