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떻게
궤도이탈 보험 등 가입 안해 재발사땐 2000억이상 더 소요
실패 책임 놓고 의견 대립땐 러, 3차 로켓 제공거부 가능성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탑재 위성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던 한국의 우주개발사업 일정이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았다. 물론 우리 정부도 나로호 발사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측과 향후 대비책을 마련하기는 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양국의 원인 규명 작업과 재발사 준비가 이뤄질 전망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나로호는 7번이나 발사를 연기했지만 결국 임무 완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자체적인 원인 규명조차 속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 확보가 우주 개발 사업에 절대적인 핵심 요소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다. 이에 따라 독자 발사체 기술 확보를 위한 '로드맵(roadmap·실천계획표)' 마련이 더욱 절실해질 전망이다.
◆재발사 일정-당초 5월 추가 발사 일정 불투명해져
25일 나로호는 탑재 위성인 과학기술위성2호(STSAT-2)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발사체를 최대 2번 정도 더 발사할 기회가 있다. 2차, 3차 나로호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일정과 비용상의 손해라는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우리가 발사체를 다시 발사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2004년 맺은 계약 내용 때문이다. 당시 항우연은 총 2억달러(약 2500억원)를 지불하고 1차 나로호, 2차 나로호 두 번의 발사에 대해 계약했다.
- ▲ "과학기술위성 2호 어디에 있니?" 한국의 첫 번째 우주발사체인 나로호가 예정된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대전 카이스트 위성관제 및 운용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계약 내용은 두 번의 나로호 발사를 위해 러시아가 하단 로켓을 제작해 주는 것. 그리고 '옵션'으로 나로호 발사가 실패할 경우, 한 번 더 별도 비용 없이 하단을 제작해 우리에 넘겨주기로 했다. 결국 러시아는 최대 3회 나로호 하단을 제작해 우리에게 공급하는 셈이다. 변수는 1차 발사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 작업 결과이다. 나로호가 탑재 위성을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한 책임이 러시아가 제작한 하단 로켓에 없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러시아가 3차 나로호를 위한 하단 로켓 제작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조사 작업에서 시비(是非)가 붙게 되면 한국이 불리하다. 2006년 한국과 러시아는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기술 이전은 없으며, 사고가 나더라도 조사 작업에 한국은 일절 관여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러시아와 별 시비 없이 하단 로켓을 무상으로 2회 제공받는다고 해도 일정과 비용상의 손해는 피할 수 없다. 이상목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당초 내년 5월 2차 나로호를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확실한 일정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재발사에 앞서 나로호의 임무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또 국제해사기구와 국제민간항공기구에 로켓 발사를 통보하고, 다시 기후와 기술 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장기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 기술진이 일부 교체될 경우, 일정이 추가로 더 지연될 수도 있다.
비용 측면의 경우, 이번 나로호 개발에는 7년여 동안 5000여억원이 들었다. 게다가 나로호는 발사되기 전 보상되는 보험에만 가입했을 뿐 궤도 이탈 등에 대해 별도로 보험에 들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1회 추가 발사가 이뤄질 경우 발사체에만 약 2000여억원의 비용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8년까지 자체 발사체 개발 한층 시급해져
이번 나로호의 임무 실패로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 확보 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나로호 발사를 계기로 2016년까지 3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의 중요한 골자는 바로 한국형발사체(KSLV-II) 개발 사업이다.
KSLV-II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발사체가 될 전망이다. 개발 완료 예정 시점은 2018년. 이를 위해서는 발사체 시스템 설계, 제작, 시험능력은 물론 고추진력을 갖춘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 항우연은 자력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핵심 요소기술은 외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달성하려면 러시아 외에 다른 협력상대를 신중하게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발사체에 대한 사실상의 '기술 종속' 상태에서, 러시아로부터 핵심 요소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10년의 시간이 있긴 하지만, 일정에 맞춰 발사체를 개발하려면 지금부터 전략적이고 치밀한 안목으로 협력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것.
김두환 아주대 교수는 "일본은 미국과 전쟁을 치른 적국(敵國)이었음에도 정상회담을 통해 델타 로켓 기술을 이전받고 우주 강국이 됐다"며 "정상 외교 등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국가 지도자부터 강력한 의지를 갖고 협력 상대를 찾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