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이 "(집에서)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렸다"고 한 해명은 근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국내 빚을 갚기 위해 달러로 받아 그것을 다시 원화로 바꿔 빚을 갚았다면 어느 누가 믿겠는가. 누구나 떳떳하게 빌리는 돈이면 수표나 계좌이체 방식으로 받는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떳떳하지 않으니까 추적이 되지 않는 달러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외국의 누구에게 은밀하게 돈을 보낼 필요가 있어서 달러를 주고받았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하루에도 몇 번씩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하는 대통령 부부의 집사(執事)다. 그 사람이 100만달러나 되는 돈을 박 회장으로부터 받아와 부인에게 건넸다는데 그걸 퇴임 후에야 알았다면 말이 되는가.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다. 변호사라면 조리에 맞는 말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에게 줬다는 500만달러도 온통 의문투성이다. 노 전 대통령은 "특별히 호의적 동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였지만 성격상 투자이고 저의 직무가 끝난 후의 일"이라고 했다. 500만달러면 돈이 오갔다는 2008년 2월 환율로 50억원이다. 장사판에서 몸이 굵은 박 회장이 그만한 돈을 투자하면서 투자약정 계약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투자약정 계약서가 없으면 돈을 떼이더라도 아무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다. 박 회장이 이것도 모르는 장사의 까막눈이가 아니다. 돈에는 날고 기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만한 돈을 내놓으며 약정도 체결하지 않은 것은 그 돈은 거저 주는 것이라는 뜻이다. 박 회장이 누구를 보고 36살짜리 국제 투자가에게 500만달러를 투자했을까. 박 회장은 투자하기 전에 대통령 조카사위와 대통령 아들도 만났다고 한다. 게다가 박 회장은 돈을 보내기 전에 대통령 집사인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의논도 했다. 그 총무비서관이 2007년 7월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재단 설립을 의논할 때 박 회장이 "홍콩 법인에서 만든 500만달러를 내겠다"는 제안을 했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 500만달러가 누구를 보고 준 돈인지 알 만하지 않은가.
노 전 대통령은 또 2008년 3월 차용증을 써주고 박 회장에게서 15억원을 빌렸다. 이것 역시 아리송하다. 차용증에는 연 7% 이자를 내고 1년 후에 갚는다고 돼 있다. 물론 지금도 이 빚을 갚지 않았다. 빌린 돈은 사저(私邸)를 짓는 데 쓰겠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어떻게 갚으려고 이 돈을 빌렸을까. 이것 역시 원래가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 아니었을까. "미처 갚지 못한 빚이 있어" 100만달러까지 빌렸다는 사람이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을 리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이제 와서 '빚' '빚'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재임 중 5차례 공직자 재산신고 가운데 빚이 언급된 것은 '2007년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 내기 위해 1억6000만원을 빌렸다'는 것밖에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급수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겠다. 2급수, 3급수 헤엄쳐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보통 정치인과 다르게 도덕적 원칙과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요즘 국민이 보고 있는 것이 그가 보통 정치인과 다르게 도덕을 지키려고 긴장한 결과라는 말인가. 노 전 대통령은 우선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사리에 맞게 설명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