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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빌리는 이자, 16년만에 엔화보다 낮아져

화이트보스 2009. 8. 28. 10:50

달러 빌리는 이자, 16년만에 엔화보다 낮아져

입력 : 2009.08.27 20:27

미(美) 계속된 저금리 정책영향 저금리로 달러 빌려서 고수익
국가 주식 등에 투자 '달러 캐리 트레이드' 확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일본 엔화를 빌려 주택을 사거나 공장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엔화를 빌릴 때 지불하는 금리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러를 빌리는 금리가 계속 떨어져 달러 대출로 해외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 0% 가까이 낮추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그 결과 달러 자금이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서 미국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달러 자금이 한국에 들어오면 원화 환율이 하락하고 주식·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이 된다.

달러 금리, 엔화보다 하락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를 빌릴 때 지불하는 금리가 엔화 금리보다 16년 만에 처음으로 낮아졌다. 지난 26일 영국 런던 시장에서 3개월 만기 달러 차입의 은행 간 금리(달러 리보금리)가 연 0.37188%를 기록, 엔화 리보금리(0.38813%)보다 낮았다. 달러 금리가 엔화 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199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계에서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시대가 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고수익이 나올 수 있는 나라의 채권·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서유럽 일부 은행은 이 저금리 자금을 동유럽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주택·자동차·가전제품 구입 자금으로 대출해 주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제금융시장에선 '엔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다. 일본이 1992년 2월에 기준금리를 '제로(0)'로 낮추는 등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연 0~0.25%로 낮추면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확산되고 있다.

확산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달러금리가 떨어지면서 지난 4월부터 저금리의 달러를 빌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흐름이 생겨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자취를 감췄던 캐리 트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나라들을 겨냥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국제금융계에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올 들어 통화 가치가 30% 가까이 급등한 브라질의 헤알화, 호주의 호주달러화 등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일차적 대상이다.

저금리의 미국 달러화를 빌려다가 예컨대 브라질 레알화로 바꾸어 브라질에 투자를 한 뒤, 나중에 레알화 가치가 상승하면 다시 달러화로 바꾸어 금리 차익과 환율 차익을 동시에 보는 투자전략이다. 이스라엘에 이어 금융 위기 이후 두 번째로 기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노르웨이의 크로네화도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확산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미국에 있던 달러가 글로벌 시장으로 퍼지면서 달러 공급을 늘리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작년 9월 말 달러당 104.75엔이었지만, 27일 현재 93.72엔을 기록하는 등 금융 위기 이후 달러 약세(엔화는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가 핫머니되면 위험

달러 자금의 세계 분산 현상은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들어온 미국계 자금은 올 4월부터 순매수(주식을 산 금액이 판 금액보다 많은 것)로 돌아섰다. 6~7월엔 각각 1조원 이상의 미국계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들어왔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한국 시장에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에 들어오면 주식·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자금이 핫머니(hot money·단기성 투자자금)로 돌아서면 경제에 불안정성이 커질 위험성이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거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급격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감독 당국이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3월 이후 국내에 들어온 해외 자금의 65%가 중장기성 투자자금이며, 핫머니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다른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빌린 통화가 달러일 경우 달러 캐리 트레이드, 엔일 경우엔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낮은 금리로 빌리기 때문에 조달 비용은 싸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투자하는 나라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경우엔 환전을 했을 때 손실을 볼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돈을 빌리는 나라의 금리가 낮고 통화가치 하락이 예상될 때 활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