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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對北) 경보·대응 시스템, 임진강만 구멍 뚫려 있나

화이트보스 2009. 9. 11. 15:02

대북(對北) 경보·대응 시스템, 임진강만 구멍 뚫려 있나

입력 : 2009.09.10 22:17 / 수정 : 2009.09.10 23:30

 

정부와 국회 내에서 북한의 6일 새벽 황강댐 무단방류에 의도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의도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갖고 한밤중에 수문을 연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정부 대응태세에 구멍 뚫린 것에 대한 변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관광 간 여성의 등 뒤에서 총을 쏴 죽일 만큼 예측할 수 없는 상대다. 이런 북한을 상대하는 정부라면 설령 남북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때라 하더라도 있을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갖고 어떤 상황에도 만반의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8월 27일에도 초당 7400t의 물을 임진강 쪽으로 2시간 동안 흘려보냈다. 그 바람에 군남댐 건설현장의 크레인이 잠기고 임시 교량이 끊겼다. 연천군에선 대피경보도 발령했었다고 한다. 평일이라 인명피해가 없었을 뿐이다. 더구나 북한이 2002년 황강댐을 지을 때부터 수공(水攻)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2006년부터 대응댐인 군남댐도 짓는 중이다. 6일 새벽 6명의 목숨을 휩쓸어간 황강댐 무단방류는 이런 와중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북한의 수공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됐고 불과 11일 전 대규모 방류를 겪었는데도 연천군 당직자들은 상황실에 설치된 수위계와 CCTV 감시장비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군부대는 임진강 수위가 갑자기 올라가는 걸 뻔히 봤으면서 연천군·수자원공사·인접부대에 통보하거나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수자원공사 기술자는 사고 이틀 전인 4일 필승교 수위 측정·전송장비의 보조 전송장치를 교체해놓고는 가동시키는 것을 깜빡했다. 임진강변 무인경보기를 작동시키는 메인 전송장치는 고장 나 있었다. 수자원공사 직원들은 당시 주말이라고 재택(在宅)근무를 했다고 한다. 업무 능률을 위해 재택근무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는 더 능률적으로 일하라는 것이지 집에서 편안히 쉬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정상가동되고 있던 한강홍수통제소나 군남댐 건설현장 사무실의 수위 계측장치를 인터넷으로 감시만 제대로 했어도 6명의 아까운 인명이 희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시각에 제대로 근무 선 것은 딱 두 명, 필승교 초소 초병들뿐이었다.

연천군은 2001년 재난종합상황실을 설치하면서 2개소의 하천수위관측시스템을 세웠다. 2002년엔 하천감시 CCTV 4곳, 자동 우량경보시스템 13개소, 재난 문자전광판 2개소를 설치했고, 2004년엔 수위를 LED 현황판으로 볼 수 있는 설비를 들여왔고, 2005년 재난안전관리과를 신설했다. 이렇게 겉으로는 대책이란 대책을 다 세워놓았으면서 막상 상황이 닥치자 그 대책들의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북한이 사전에 아무런 통보 없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발을 해오더라도 그걸 막아내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정부 임무다. 수백억~수천억원짜리 잠수함이며 헬기, 1조원이 넘는다는 이지스함을 들여오는 것도 북한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가의 장비를 사들이고 온갖 최첨단 감시장비를 설치해놔도 그것들이 작동하지 않거나, 그것을 운용할 사람들이 일제히 졸고 있다면 말짱 헛일이 된다. 이번 임진강 사태를 보면 과연 임진강에서만 대북(對北) 감시·경보시스템과 비상 대응태세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인지 그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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