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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복 입고 친구에 "북한 가자" 40대에 항소심

화이트보스 2009. 9. 11. 13:49

인민복 입고 친구에 "북한 가자" 40대에 항소심 "사적 발언" 무죄

  • 조선닷컴

입력 : 2009.09.11 08:33

북한을 찬양하고 월북을 권하는 말을 했어도 지인들 사이의 사적 발언이라면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고 한국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수사기관의 찬양·고무죄 적용기준이 더욱 엄격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대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이 신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9부(부장 여상원)는 국보법 잠입·탈출, 찬양·고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미국 영주권자 정모(47)씨에게 1심과 달리 찬양·고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 원심보다 6개월 감형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15년간 미국에 거주하며 북한 사상에 심취한 정씨는 함께 일하던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6·25전쟁은 북침이며, 남한은 북한의 선군정치 덕분에 살고 있다”는 친북 발언을 했고, 심지어 귀국해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과 북한 고위층은 검소하게 살아간다. 기회가 되면 북한에 같이 가자”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를 참다못한 친구들이 신고를 해 정씨는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미국에서 북한 참사와 접촉하고 북한을 방문한 혐의를 유죄로 본 데 이어 북한 찬양 발언에 대해서도 “국가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 발언이 북한 주장과 일치하고 북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수를 상대로 한 발언도 아니고, 자유민주적 질서를 명백하게 해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재판부는 또 인민복을 입고 자랑한 혐의(찬양·고무), 대형 인공기와 김일성 부자 사진을 소지한 혐의(이적물 소지), 미국에서 열린 북한 태권도시범단 행사에 참석해 응원한 혐의(찬양·고무)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공기나 김일성 사진을 이적물로 본다면 백과사전, 인터넷 뉴스에 실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북한을 응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면 국민이 모두 범죄자로 취급 받거나 사법당국이 자의적인 법 집행을 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그간 국가보안법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됐던 찬양·고무죄(제7조)에 대해 보다 엄격한 해석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북한에 동조, 찬양하는 말만 해도 적용되는 찬양·고무죄에 대해선 엄격한 해석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자유로운 사적 발언에 대한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일반화시키기에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판사는 “사적인 발언이라 해도 국가를 부정하고, 월북을 권유하고, 또 타인의 신고까지 이뤄졌는데 처벌하지 않는다면 국보법이 지나치게 협소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