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황제·종업원은 왕·주인은 종” |
입력: 2009.09.14 00:00 |
먹는 음식 하나로 행복까지 담아가도록 배려 천연 재료 고집·상대방 입장에서 식당 운영 돈보다 사람 우선…18년 한솥밥 먹은 종업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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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순 사장이 사는 법
“우리 음식점을 찾는 고객은 황제처럼, 그 황제를 모시는 종업원은 왕처럼, 그 황제와 왕을 책임지는 주인은 마치 종처럼…”. 광주에서 25년 넘게 요식업에 종사해온 동구 불로동 구시청 사거리 인근 송하회관 김봉순(47) 사장의 인생 철학이다. 김 사장은 “누구나 따뜻하게 대하고,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식당에 온 손님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서운함이 남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짧은 머리에 젤을 쓱쓱 문지르고, 3만5천원짜리 옷과 500원짜리 양말을 시장에서 사입는 검소한 사장이다. 비싼 옷을 차려입고 얌전히 서서 주인 행세하는 사장보다는 종업원과 똑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선택한 것이다. 김 사장은 항상 자신보다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꾸미는 삶을 사느라 분주하다. 그가 식당 일에 처음 발을 들인 건 종업원이다. 8년간의 종업원 생활로 한푼 한푼 아껴 그랜드 호텔 뒤에 작은 식당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장이라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다른 건물에 얹혀사는 설움이 먼저 찾아왔다. 1년여의 시간을 두고 가게를 비워달라고 하는 게 관행인데도 불구하고 주인집에서 갑자기 가게를 비워달라고 독촉했기 때문이다. 두달여의 시간동안 김 사장은 발품을 팔았고, 겨우 찾은 곳이 지금의 송하회관 자리다. 그는 1991년 3월4일 지금의 식당 문을 열었고, 처음으로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모든 직업에 있어 사장과 종업원의 관계가 존재한다. 특히 식당 경영에 있어 사장과 종업원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장은 종업원을 잘 만나야 성공하고, 종업원은 사장을 잘 만나야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 십개의 간판이 내려지고, 전봇대마다 붙어있는 아르바이트·종업원 구한다는 벽보, 수십개의 구인광고가 소식지를 장식한다. 그만큼 사람이 사람을 만나 함께 일하는 것에 있어서는 많은 양보와 아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곳에는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함께 얼굴을 부비며 살아온 종업원이 무려 세 명이나 된다. 다른 모습,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한 공간에 10여년이 넘게 함께 지낸다는 것은 요즘 식당업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딴세상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사실의 밑바탕에는 김봉순 사장의 경영 철학이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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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불로동 송하회관 김봉순 사장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종업원의 자세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광호 기자 sgh@namdonews.com | | 종업원으로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누구보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종업원의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는 사장에게 손해가 있을 수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을 더 힘들게 해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며 “하지만 많은 돈보다 많은 사람을 얻고 싶었기에 함께 마음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종업원들도 자신들의 식당처럼 아껴주고, 잘 따라주게 됐다”며 “지금의 송하회관은 나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한 가족들의 10여년의 세월이자 노력으로 완성된 우리 가족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시청 사거리에서 18년여동안 생활하면서 그에게도 힘든 일은 피해가지 않았다. 개업한 지 얼마되지 않아 IMF가 터졌고, 식당을 운영하는 것조차 힘든 시절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굴하지 않고 묵묵히 식당을 지켰다. 그리고 지금은 10여명의 종업원에게 월급을 제 때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상무지구로 장소를 옮겨 식당을 개업하거나 송하회관의 분점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주위의 권유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송하회관이 두 곳이 된다면 분명 소홀한 점이 생길 것이고, 지금의 종업원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까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장사는 두루두루 하는 것이지 이익을 쫓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이 아니다”며 “하다보면 남을 때가 있고, 부족할 때가 있는 것이지 조금 더 갖겠다고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고도 했다. 김봉순 사장에게 있어 종업원은 제2의 가족이다. 아니 힘든 일을 끝내고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서 함께 있을 수 밖에 없는 정으로 묶인 사람들이 송하회관을 든든히 지켜주고 발전해가는 원동력은 아닐지….
이런 김 사장의 마음은 그 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전해진다.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친근함의 표시는 단순히 형식적인 것을 넘어서 사람사는 정으로 다가온다. 김 사장은 “손님들에게 좋은 음식으로 보답하고, 먹는 것 하나로 행복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며 “남보다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고 고생을 하더라도,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최고의 음식을 내놓는 것이야말로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자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송하회관에는 음식에 대한 경영 철학이 따로 있지 않다. 시골 음식을 맛보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음식, 일식집이면서 한정식집인 듯한 다양한 반찬, 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 재료로만 하는 요리 등 ‘좋은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사장의 고집이 식당 곳곳에 숨겨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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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옥연 기자> soy@namdo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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