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와세다(早稻田)대학정치경제학부 교수
상하이에 사는 일본인이 하는 말에 퍼뜩 놀랐다. 별 여섯개짜리 호텔의 호화로운 욕조에 받아놓은 물이 녹색으로 흐려지고, 곰팡내가 나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고성장 경제의 빠른 변화를 통감했다.
아시아의 공업화 세대에는 크게 3세대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일본에 이어 한국과 대만이 고성장을 이뤄낸 1980년대까지, 세계는 아직 세계무역기구(WTO)가 아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 아래였다. 정부는 '자국의' 산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무역과 직접투자를 통제, 은행을 통해 산업자본을 공급하는 '산업정책'을 펼쳤고, 그게 가능했다. 이어 1990년대에는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이 고성장을 이뤘지만, 이들은 더욱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었고, 근대공업부문은 외자, 전통부문과 화교금융이 공존했다. 하지만 제3세대인 중국과 인도는 급속한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과 WTO 체제 아래서 대두했다. 외자가 집중적으로 진출함과 동시에, 자신도 이른 단계에서부터 선진국 기업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내외 자본의 구별이 없어졌다. 또 금융기관도 이른 시기부터 외국 자본과 경쟁하게 됐고, 정부도 '관치금융'을 실천하기 어려워졌다. 동아시아 경제는 공통으로 글로벌화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가진 것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제1세대부터 제3세대까지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스스로를 '압축성장'했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더욱 글로벌하게 물건, 돈, 사람의 이동을 받아들이는 중국은 시간뿐 아니라 공간까지도 압축한 '시공압축형'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이 '시공압축'의 본질을 생각하면 '압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이나 '시간의 압축'밖에 경험하지 못한 한국에서의 중국관에는 어떤 종류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중국은 소득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을 내포하고 있어, 언젠가는 한계를 맞을 것이다'는 사고방식은 일본에서는 특히 고령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있다. 근대 이후 1억을 넘는 인구를 가지고서 공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1억이라는 단위로 격차감이라는 '느낌'을 떠올리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광대한 국토와 종교·민족도 차이가 나는 13억이란 인구의 격차감은 1억이라는 단위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한편, '중국의 싼 노동력과 높은 학습능력은 여러 산업에서 위협이 될 것이다'는 사고방식은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 산업을 담당하는 것은 중국기업뿐만이 아니다. 직접투자와 아웃소싱 등을 통한 내외일체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진짜 위협은 자국기업만에 의존하는 한국(또는 일본) 기업보다, 중국 기업이 대외시장에서 '내부자(內部者)'가 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시장은 비관세장벽이 많아 진입하기 어렵다든지, 중간재·자본재를 수입하는 구조가 '종속적'이라는 한국의 전형적인 논리를 중국으로부터는 거의 들을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일본과 한국의 중국경제관은 '국민경제, 국민국가' 건설을 지향해온 시대의 시점에 아직도 머물고 있으며, 중국 자신도 정부는 그런 관점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아직 '나라'를 단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발전 모델은 이 틀을 넘어선, 경제사(經濟史)적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선행사례'는 없으며, 1인당 소득이나 기술력, 경쟁력을 '나라'라는 단위로 비교하는 것도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유일하게 확실한, 흔들리지 않는 사실은, 일본과 한국에 있어서 중국이란 영원한 이웃이며, 지정학적으로 그 실험에 대해 구미보다 깊은 이해와 통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좋을 대로, 자국의 경험에 기초한 지레짐작을 배제하고, 중국의 '시공압축성장'이 실현될 때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중·일 경제관계의 새로운 지평은 이제부터 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