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처 베를린-본으로 분산된 독일 상황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돼 정부 부처가 분리될 경우 생길 비효율을 예상할 수 있는 사례로 독일의 경우를 언급했다. 양현모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독일연방부처 베를린-본 분할의 배경과 현황’ 보고서에는 이러한 독일의 상황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독일의 정부 부처 분산은 1990년 통일이 계기가 됐다. 통일 전 서독의 수도는 본이었으나 연방의회가 통일독일의 수도를 베를린으로 결정하면서 연방의회와 정부가 베를린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수도의 지위를 상실한 본에 보상 차원에서 일부 부처를 잔류시키고 모든 부처는 본과 베를린에 각각 1, 2청사를 두기로 결정했다. 결국 총리실 내무부 외교부 법무부 재정부 등 주요 부처 10개는 베를린에 1청사와 본에 2청사를 두고,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부 등 8개 부처는 본에 1청사(본부)와 베를린에 2청사를 두게 됐다. 모든 정부 부처가 ‘베를린 부처’와 ‘본 부처’로 나뉜 것이다. 모든 부처가 1, 2청사를 두기로 한 것은 모든 정치적 결정이 베를린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장관은 사실상 베를린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관을 보좌하기 위한 인력, 조직이 있을 곳도 필요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과천청사나 대전청사에 있는 일부 부처가 서울 여의도나 종로에 비공식 사무소를 두는 것과 비슷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본 부처’ 장관들도 내각회의(국무회의)와 당정회의에 참가하려고 베를린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를 비우고 베를린에 상주하다가 본에는 2주에 한 번꼴로 들르는 사례도 있었다. 양 연구위원은 △정부-의회 간 의사소통이 어렵고 △장관이 자리를 비운 부처의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며 △상당수 공무원이 베를린 근무를 선호하고 △‘본 부처’는 2등 부처라는 인식 탓에 사기가 떨어지고 상대적 박탈감이 생기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 분산의 비용도 엄청나다. 본과 베를린을 일주일에 몇 번 왕복하는 ‘시계추 공무원’ 이 5000여 명에 달했고, 공무원의 출장을 위해 하루 20여 차례 셔틀비행기가 두 도시를 왕복해야 한다. 부산대 김용철 교수(정치학)는 “독일은 통일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정부 부처를 분리하게 됐지만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인위적인 정부 부처 분리를 추진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독일 사례를 참고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자유선진당 측은 “독일의 경우와 세종시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베를린과 본 간의 거리는 600km지만 서울과 세종시 간 거리는 120km에 불과해 독일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논리라는 것이다. 또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 정도로 추산되는데 서울 시내에서도 출퇴근 시간이 1시간씩 걸리는 현실과 비교하면 30분 차이를 엄청난 비효율로 보기 힘들다고 선진당 측은 주장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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