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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바겐’ 놓고 韓·美 엇박자

화이트보스 2009. 9. 23. 19:53

그랜드 바겐’ 놓고 韓·美 엇박자

세계일보 | 입력 2009.09.23 19:17

美 "대북 접근법 변화 없다" 신중

이명박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놓고 한미 간 엇박자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의 근원적 처방"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국 측에선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이에 따라 그랜드 바겐 구상을 사전에 제대로 조율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또 북미 양자대화를 앞두고 최근 한미 공조가 매끄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이 밝힌 북핵 그랜드 바겐에 대해서도 (6자회담 참가)5자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이미 5자에 이 구상을 설명했다는 발언이다.

하지만 미국은 바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회담 직후 "그랜드 바겐을 논의하지 않았다"며 그 내용에 대해서도 "솔직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에선 당황스럽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접근법엔 변화가 없다"며 선을 그었고 미국 일부 언론에서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5자는커녕 한미 간에도 사전 협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불쑥 꺼낸 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대통령이 북핵 관련 중대 제안을 했지만 같은 날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언급조차 안 된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사전 조율 없이 '5자회담 추진론'을 밝혀 5자 사이에 상당히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7일 주한 미대사관에 그랜드 바겐을 설명했지만 당시 캠벨 차관보가 일본 출장 중이라 혼선이 생겼을 것이란 해명이다.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5자 협의가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앞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온도차는 사전 조율 여부와 별개로 최근 북핵 국면을 인식하는 데서 오는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미대화 시작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또 미국의 과속을 견제하려고 한 것 같다"며 "미국으로선 조금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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